오랜만에 고향인 영동에 내려간 날, 잊고 지냈던 추억의 맛을 찾아 나섰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특별한 날이면 어김없이 방문했던 양식 레스토랑 ‘토마토’. 촌스러운 이름과는 달리, 그곳에서의 식사는 늘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경험이었다. 세월이 흘러 얼마나 변했을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토마토 레스토랑은 영동 읍내,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검은색 대리석 외관에 큼지막하게 박힌 “TOMATO” 간판은 왠지 모를 반가움을 더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어릴 적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다. 자동문이 열리고, 따뜻한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역시, 영동 맛집으로 소문난 곳은 여전하구나 싶었다.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돈까스, 파스타, 피자, 덮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매운 돈까스를 비롯해, 구운 불고기 덮밥, 닭불고기 덮밥, 훈제 연어 덮밥 등 새로운 메뉴들도 추가된 듯했다. 잠시 고민 끝에, 추억을 되살릴 겸 매운 돈까스와 함께, 새로운 메뉴인 석쇠 덮밥을 주문했다.
주문 후, 식전빵과 스프가 나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은 직접 구운 듯했으며, 은은한 마늘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스프는 크림 스프가 아닌 맑은 스프였는데,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사진에서 보이듯, 테이블 매트에는 “수제 돈까스 & 이탈리안 피자 & 파스타, 퓨전푸드 & 호프”라고 적혀 있어, 이곳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운 돈까스가 나왔다. 큼지막한 돈까스 두 덩이가 매콤한 소스에 푹 잠겨 있었고, 샐러드와 밥, 콘샐러드, 단무지, 파인애플 슬라이스가 함께 제공되었다. 돈까스 위에는 파슬리 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소스 향이 코를 찌르면서, 어릴 적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으면서도 꿋꿋이 먹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칼로 돈까스를 썰어 한 입 맛보니, 역시 이 맛!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와,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소스의 조화는 여전했다.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매운맛은, 어른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매운맛이 중화되면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이어서 석쇠 덮밥이 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팬 위에 밥과 석쇠에 구운 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계란 노른자가 얹어져 있었다. 덮밥을 비비니, 고소한 참기름 향과 달콤 짭짤한 양념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석쇠에 구워 은은한 불향이 배어 있는 고기는 밥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돈까스나 피자를 맛있게 먹고 있었고, 부모님들은 파스타나 덮밥을 즐기고 있었다. 연인끼리 오붓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토마토’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동의 대표적인 맛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예전에는 쉐프님이 직접 소스와 빵을 만드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러신지는 모르겠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저렴해서 놀라웠다. 맛과 양, 가격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직원들의 서비스도 친절해서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토마토’는, 변함없는 맛과 분위기로 나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자,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영동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