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오래된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이번 주말에 해남에 내려올 일 있나? 진짜 맛있는 짱뚱어탕 집을 찾았는데, 자네가 딱 좋아할 맛일 거야.” 그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짐을 챙겼다.
오랜만에 방문하는 해남은 여전히 푸근한 인상이었다. 약속 장소인 주막식당 앞에 도착하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낡은 간판에는 퇴락한듯한 글씨체로 ‘주막식당’이라는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전화번호 국번이 두 자리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2월의 매서운 추위가 무색할 만큼 아늑한 공간이었다. 테이블은 입식과 좌식, 각각 두 개씩 놓여 있었다. 좁은 공간 중앙에는 석유 난로가 놓여 있었는데, 어쩐지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석유 특유의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메뉴판은 단출했다. 짱뚱어탕과 회, 그리고 몇 가지 탕 종류가 전부였다. 나는 친구와 함께 짱뚱어탕을 주문했다. 가격은 12,000원. 예전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듯했지만, 맛만 있다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푸짐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멸치 무침, 김치, 그리고 전라도의 자랑인 토하젓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을 보니, 마치 남도 정식을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토하젓은 짜지 않고 감칠맛이 뛰어났다. 젓갈을 즐겨 먹지 않는 나조차도 밥에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짱뚱어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탕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숟가락으로 한 술 떠서 맛을 보니, 걸쭉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추어탕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더욱 깊고 진한 풍미가 느껴졌다. 짱뚱어 특유의 향이 거부감 없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갓 지은 따끈한 밥을 토하젓에 비벼서 짱뚱어탕 한 숟가락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토하젓과 구수한 짱뚱어탕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탕 속에 들어있는 짱뚱어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뼈째로 갈아 넣었는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욱 깊어졌다.

옆 테이블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장어탕에 소주를 기울이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왠지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운전을 해야 했기에, 술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식당 옆 천변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주차 공간은 넉넉해 보였다. 화장실은 외부에 있었는데, 조금 불편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 덕분에 모든 불편함은 잊혀졌다.

주막식당은 해남군청 공무원들도 자주 찾는 해남 맛집이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도,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러 많이 찾아왔다. 그만큼 맛은 보장된 곳이라는 뜻이리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당 내부가 조금 협소하고, 설거지 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막식당에서 맛본 짱뚱어탕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마치 고향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따뜻한 탕 한 그릇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에 해남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주막식당에 다시 들러 짱뚱어탕을 맛볼 것이다. 그때는 꼭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즐겨야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맛있는 짱뚱어탕을 나누고 싶다.

혹시 해남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주막식당에서 짱뚱어탕 한 그릇 꼭 맛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잊지 못할 맛과 추억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