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조면 숨은 보석, 모든식당에서 맛보는 거창 석쇠불고기 향연

어쩌면 나는 맛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인지도 모르겠다. 지도 앱을 켜고, 낯선 지명을 검색하며, 그곳에 숨겨진 맛의 흔적을 좇는 여정. 이번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거창군 가조면이었다. Y자형 출렁다리의 아찔한 스릴을 뒤로하고, 에콜리언 골프장의 푸른 잔디를 스치듯 지나, 우두산 장군봉의 웅장한 기운을 느껴볼 새도 없이 오로지 ‘맛’ 하나만을 좇아 달려간 곳. 그곳은 바로 소박한 이름의 “모든식당”이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혹시나 브레이크 타임에 걸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도착한 식당 앞에는 이미 여러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외관은 수수한 시골 식당의 모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맛집의 아우라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간판에는 ‘흑돼지 석쇠불고기’와 ‘황태구이’라는 메뉴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는데, 이미 마음속으로는 석쇠불고기를 주문하기로 결정한 후였다. 식당 문을 열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숯불 향이 은은하게 코를 간지럽혔다.

모든식당 외관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의 모든식당 외관

메뉴판을 보니 흑돼지 석쇠구이 외에도 황태구이, 아귀찜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잠시 갈등했지만, 처음 마음먹은 대로 흑돼지 석쇠구이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시골 식당 특유의 푸짐한 인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콩비지, 묵은 나물볶음, 땅콩조림, 김치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보름날이라 특별히 준비했다는 묵은 나물볶음은 깊은 풍미가 느껴졌고, 콩비지는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딱 그 맛이었다.

밑반찬을 맛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돼지 석쇠구이가 등장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돼지 석쇠구이 위에는 채 썬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석쇠 위에서 구워진 탓에 불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었고, 시각적으로도 이미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석쇠구이 한 점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흑돼지 석쇠구이
불향 가득한 흑돼지 석쇠구이의 자태

입안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흑돼지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느껴졌다. 적당한 기름기와 쫄깃한 식감의 조화는 완벽 그 자체였다. 과하지 않은 양념은 흑돼지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을 더했다. 채 썬 파와 함께 먹으니 향긋함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상추에 석쇠구이, 파채, 마늘, 된장을 듬뿍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신선한 상추의 아삭함, 파채의 향긋함, 마늘의 알싸함, 된장의 구수함이 흑돼지 석쇠구이와 어우러져 입안에서 환상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석쇠구이를 해치웠다.

파채가 곁들여진 석쇠구이
석쇠구이와 파채의 환상적인 조화

석쇠구이를 먹는 중간중간, 밑반찬들도 잊지 않았다. 특히 콩비지는 텁텁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묵은 나물볶음은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시골 식당답게 밑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다. 들깨가 듬뿍 들어간 미역국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뜨끈하고 구수한 미역국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어느새 석쇠구이 한 접시를 뚝딱 비워냈다. 살짝 아쉬운 감이 들어 1인분을 추가할까 고민했지만, 다른 메뉴도 맛보고 싶어 황태구이를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빨간 양념을 입은 황태구이가 등장했다. 석쇠구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는 비주얼이었다.

황태구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황태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더해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특히 콩나물과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석쇠구이와 마찬가지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황태구이
매콤달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황태구이

배가 불렀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석쇠구이와 황태구이,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들의 조화는 멈출 수 없는 맛의 향연이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최근 가격이 인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성비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Y자형 출렁다리 입장료를 내고 받은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덕분에 조금 더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당을 나서며, 친절한 직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돌아오는 길, 배는 든든했지만 마음은 더욱 풍족해진 느낌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삶의 활력소를 얻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거창 가조면의 작은 식당 “모든식당”에서 맛본 흑돼지 석쇠구이와 황태구이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후기에서 언급된 것처럼, 상추 추가에 1,000원을 받는다는 점은 조금 야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상쇄할 만큼 맛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푸짐한 석쇠구이 한 상
푸짐한 한 상 차림으로 즐기는 석쇠구이

“모든식당”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집밥 같은 따뜻한 밥상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거창 가조면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가조온천이나 에콜리언 골프장, 우두산 장군봉을 찾는다면, “모든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을 잊지 말자.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음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셨던 콩비지 맛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드리고 싶고, 아버지께도 숯불 향 가득한 석쇠구이의 풍미를 선사해 드리고 싶다. “모든식당”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모든식당 간판
“모든식당”이라는 이름처럼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

흑돼지 석쇠구이의 불향, 정갈한 밑반찬, 그리고 푸근한 인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모든식당”은 거창 가조면의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곳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맛을 찾아 떠도는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거창에 방문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모든식당”의 문을 열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맛과 감동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석쇠구이와 다양한 밑반찬
석쇠구이와 함께 즐기는 풍성한 밑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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