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벚꽃처럼 황홀한, 하동 범바구집에서 맛보는 로컬 백숙 맛집

하동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섬진강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특히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여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다고 하니, 다음번 방문은 꼭 벚꽃 시즌에 맞춰야겠다고 다짐했다. 섬진강의 정취를 만끽하며 도착한 곳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하동의 숨은 맛집, ‘범바구집’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정겨운 시골집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기다림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곳은 특히 백숙과 닭볶음탕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4명이서 토종닭 백숙 한 마리를 주문했다. 백숙을 주문할 때 조리 시간이 30~40분 정도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생각에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토종닭 백숙 한상차림
푸짐한 토종닭 백숙 한 상 차림.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숙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토종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었고, 그 위에는 녹두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닭의 크기만 봐도 얼마나 오랫동안 정성껏 키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뽀얀 국물에서는 깊고 진한 향이 느껴졌고,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범바구집의 백숙은 150일 이상 키운 토종닭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닭다리 하나만 봐도 그 크기가 엄청났다. 닭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닭 특유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닭고기를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닭고기 본연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녹두가 듬뿍 뿌려진 백숙
큼지막한 토종닭 위에 듬뿍 뿌려진 녹두. 닭고기와 함께 먹으면 고소한 풍미가 더해진다.

백숙과 함께 나오는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백숙과 잘 어울리는 동치미와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갓김치와 배추김치는 적당히 익어 닭고기와 함께 먹으니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그리고 짭짤한 된장콩잎은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밑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듯했는데, 언제 방문해도 신선하고 맛있는 반찬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백숙을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닭죽이 제공된다. 닭죽은 닭 육수에 찹쌀과 야채를 넣고 푹 끓여낸 것으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닭 육수가 진하게 우러나와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닭죽은 남은 닭고기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 김치와 함께 먹어도 훌륭한 마무리가 된다.

뽀얀 국물의 백숙
뽀얀 국물이 인상적인 백숙. 닭 육수가 진하게 우러나와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데, 사장님께서 아이들을 위해 쥬스를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넉넉한 인심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범바구집은 넓은 주차 공간을 갖추고 있어 주차 걱정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함께 방문했던 일행 중 한 명이 닭볶음탕은 너무 달고 토종닭 특성상 질긴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백숙은 만족스러웠지만, 닭볶음탕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 또한,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닭 모래집에서 약간의 냄새가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정갈한 밑반찬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 백숙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

범바구집에서는 옻닭과 옻오리 백숙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다음번 방문에는 옻닭이나 옻오리 백숙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직접 담근 각종 담금주도 맛보고 싶다. 범바구집은 하동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이다.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맛있는 백숙을 즐길 수 있는 범바구집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총평: 하동 범바구집은 신선한 토종닭으로 만든 백숙이 일품인 로컬 맛집이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닭고기와 진한 육수의 풍미는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정갈한 밑반찬과 친절한 서비스는 만족도를 더욱 높여준다. 닭볶음탕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백숙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메뉴다. 하동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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