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부산, 그것도 영도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쪽빛 바다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고,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더욱 두근거렸다. 오늘 내가 향하는 곳은 영도에서도 손꼽히는 맛집, ‘빨간등대 횟집’이다. 몇 번이나 망설였던 곳이지만, 오늘은 꼭 방문하리라 다짐하며 차를 몰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문을 열자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기다림 없이 바로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창밖으로는 영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빨간 등대가 손에 잡힐 듯했고, 송도 힐스테이트의 모습도 어렴풋이 보였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배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멋진 뷰를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빨간등대 횟집’은 제철회와 대방어가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코스 요리 구성도 훌륭하다는 평이 많았다. 결국, 나는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제철회 코스를 선택했다. 특히 할머니 생신에 이곳을 방문했다는 후기에서 밥맛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 둘씩 음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앙증맞은 비주얼의 해물 셰비체였다.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가 어우러진 셰비체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이어서 육회, 물회가 나왔는데, 퓨전 스타일로 재해석한 듯한 독특한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 육사시미는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고, 톡톡 터지는 청어알쌈은 신선한 바다의 향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메인 요리인 모듬회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했다. 두툼하게 썰린 횟감들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곁들여 나온 작은 등대 모양의 장식은 ‘빨간등대 횟집’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듯했다. 광어, 밀치 등 다양한 종류의 회를 맛볼 수 있었는데,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제철을 맞은 방어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회를 맛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신선한 횟감은 물론이고, 곁들여 나오는 해산물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멍게, 전복 등 싱싱한 해산물은 바다 내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꼬득꼬득 씹히는 식감이 정말 좋았다. 횟감의 퀄리티가 최상급은 아니라는 평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음으로 나온 요리는 유린 가자미와 대구찜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유린 가자미는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소스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특히 튀김옷에 살짝 스며든 기름의 풍미가 예술이었다. 대구찜은 부드러운 대구 살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찜 요리가 약간 기름지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오히려 풍부한 맛을 더해주는 듯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칼칼한 음식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살짝 남았다.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솥밥과 꼬막장, 미역국이었다. 갓 지은 솥밥은 윤기가 좔좔 흘렀고, 꼬막장의 짭짤한 맛과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는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입가심하기에 좋았다. 미역국은 조금 밍밍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담백해서 좋았다. 특히 밥맛이 좋았다는 후기처럼, 갓 지은 솥밥은 정말 훌륭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빵빵해졌다. 양이 정말 많아서 솥밥을 조금 남긴 것이 아쉬웠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고, 룸도 마련되어 있어서 가족 외식 장소로도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네이버 후기를 작성하면 타코야키를 서비스로 준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나는 곧바로 후기를 작성하고 타코야키를 받았다. 갓 구워져 나온 타코야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고, 달콤한 소스와 가쓰오부시가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빨간등대 횟집’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신선한 제철회와 다양한 해산물 요리, 그리고 멋진 바다 전망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직원들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듯했고, 누룽지용 그릇이나 덜어먹는 국자 등이 한 번에 제공되지 않아 불편했다. 또한, 코스 중간에 나온 수육은 다른 요리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빨간등대 횟집’은 충분히 부산 맛집이라고 부를 만했다. 특히 외국인 친구나 타지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간다면, 부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특별한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서울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이곳에서 코스 요리를 대접했는데, 모두 만족해했다고 한다.
다음에 부산에 방문하게 된다면, ‘빨간등대 횟집’에 다시 한번 들러야겠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맛있는 회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특히 겨울에 방문해서 제철 대방어의 참맛을 느껴보고 싶다. 11월 말이나 12월에 방문하면 기름이 더욱 많아져서 훨씬 맛있다고 하니, 꼭 그때를 놓치지 않아야겠다.

영도 ‘빨간등대 횟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빨간등대 횟집’에 방문해보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식사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