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으로 향하는 길, 푸른 동해 바다가 손짓하는 듯했다. 굽이굽이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싱싱한 해산물도 좋지만, 오늘은 왠지 따뜻한 밥 한 끼가 간절했다. 마침 눈에 띈 ‘영해 맛집’이라는 키워드. 그래, 오늘은 든든한 밥심으로 다시 힘을 내보자! 그렇게 나는 예주돌솥밥으로 향했다.
낯선 동네 어귀, 예주돌솥밥이라는 간판이 정겹게 다가왔다. 커다란 간판 글씨체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이곳의 깊은 맛을 짐작하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은 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니, 역시 동네 주민들에게는 이미 소문난 맛집인 듯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영양돌솥밥 정식이 눈에 띄었다. 14,000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푸짐한 반찬과 돌솥밥의 조화를 생각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 둘씩 반찬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10가지가 훌쩍 넘는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젓가락을 어디에 먼저 둬야 할지 고민될 정도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잡채,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회무침,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 그리고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겉절이까지.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맛보던 푸근한 밥상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솥밥이 나왔다. 뚜껑을 여는 순간, 찰진 밥알과 흑깨의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밥 위에는 붉은 대추 한 알이 앙증맞게 올려져 있었다. 밥을 그릇에 퍼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 준비를 했다.

가장 먼저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갓 지은 밥 특유의 따뜻함과 찰진 식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흑깨의 은은한 고소함이 더해져 밥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왜 다들 돌솥밥, 돌솥밥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반찬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고구마줄기 나물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꽁치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꽁치구이는 밥 위에 올려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누룽지를 먹을 차례가 왔다. 뜨거운 물에 불려진 누룽지는 구수한 향을 풍기며 나를 유혹했다. 김치 한 점 올려 누룽지를 먹으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숭늉처럼 부드러운 누룽지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줬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따뜻한 물음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 푸근한 밥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예주돌솥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영해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 든든한 돌솥밥 한 끼를 먹고 가야겠다.
영덕 영해에서 맛보는 푸짐한 한상차림, 예주돌솥밥. 어릴 적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