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건 바로 ‘미식’이었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맛보는 특별한 음식은 여행의 기억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니까. 올레시장에서 북적이는 활기를 느껴볼까도 생각했지만,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회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서귀포에 위치한 동해미락을 목적지로 정했다. 싱싱한 해산물과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설렜다.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나 도착한 동해미락은 생각보다 더 아늑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다. 은은한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아쉽게도 밤이라 바다 뷰는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지만,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었다. 3명이었던 우리는 B코스를 주문했다. 아이들이 회 맛을 제대로 안다며, 녀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곳이길 기대했다.
코스 요리의 시작을 알리는 듯,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워나갔다. 앙증맞은 그릇에 담긴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튀긴 멸치볶음, 톳과 두부, 양상추 샐러드, 감자 샐러드 등이 푸른색 접시에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회가 등장했다. 참돔, 광어, 방어, 뱃살 등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빛깔의 참돔과 뽀얀 속살을 드러낸 광어, 그리고 마블링이 예술인 방어 뱃살까지. 아이들은 회가 나오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젓가락을 들고 신중하게 회 한 점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진짜 맛있다!” 아이들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회 맛을 제대로 모르는 내가 먹어도 신선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아이들의 입맛에는 얼마나 황홀했을까. 특히 방어 뱃살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기름진 고소함과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혀끝을 황홀하게 감쌌다.

신선한 해산물도 빼놓을 수 없었다. 멍게, 해삼, 전복 등 다양한 해산물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쌉싸름하면서도 바다 향이 가득한 멍게는 입 안 가득 퍼지는 신선함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삼과 멍게는 약간 쓴맛이 느껴져 먹기가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다른 해산물들은 쫄깃하고 신선해서 만족스러웠다.
회를 즐기는 동안, 직원분께서 멍게와 함께 회 몇 점을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메인 회와는 또 다른 부위였는데, 아이들은 이 회가 조금 아쉽다고 했다. 촉촉함이 덜하고 물에 담겨 있던 것 같다는 평이었다. 역시 아이들은 미식가였다. 나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말이다.
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따뜻한 음식이 나왔다. 갓 튀겨낸 새우튀김과 감자튀김은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새우튀김은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새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 아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튀김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코스의 마지막은 역시 매운탕이었다. 1인 1그릇씩 제공되는 매운탕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무와 싱싱한 채소가 듬뿍 들어있었고,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풀리는 듯 시원하고 칼칼했다. 나는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 국물까지 남김없이 들이켰다. 매운탕 국물은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식사를 하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와사비였다. 처음에 분말 와사비를 세팅해주는 점이 조금 의아했는데, 요청드리니 생와사비를 가져다 주셨다. 역시 회에는 생와사비가 제격이다. 코스 요리의 양은 딱 적당했다. 처음에는 조금 부족한 듯했지만,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나니 배가 든든하게 불렀다.
동해미락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제주의 신선한 맛과 아름다운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싱싱한 회와 해산물은 물론, 정갈한 밑반찬과 따뜻한 튀김, 그리고 시원한 매운탕까지, 모든 음식이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은 물론 나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동해미락에서의 저녁 식사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싱싱한 회의 감칠맛과 따뜻한 매운탕의 얼큰함, 그리고 잔잔한 파도 소리가 어우러진 그 밤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만약 서귀포에서 맛있는 횟집을 찾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동해미락을 추천하고 싶다. 싱싱한 해산물과 친절한 서비스는 물론, 아름다운 바다 풍경까지 곁들여진 완벽한 식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제주 여행에서도 나는 꼭 다시 동해미락을 찾을 것이다. 그땐 낮에 방문해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맛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