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을 가득 안고 도착한 속초. 푸른 바다와 싱싱한 해산물을 기대하며, 현지인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은 바로 ’88생선구이’였다. 50년 전통이라는 간판이 주는 묵직함과 함께, 맛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건물 외관은 깔끔한 현대식이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숯불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숯불 화로와 그릴이 눈에 띄었다.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숯불을 채워주시는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스테인리스 덮개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숯의 온기가, 차가운 바닷바람에 살짝 얼었던 몸을 녹이는 듯했다.
메뉴를 살펴보니 다양한 생선구이 종류가 있었다. 고등어, 메로, 오징어 등 평소 즐겨 먹는 생선 외에도 처음 보는 생선들이 눈에 띄었다. 직원분께 추천을 받아 모듬 생선구이로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 둘 테이블에 차려졌다. 젓갈, 김치, 샐러드 등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오징어 젓갈이었다. 잘게 썰린 오징어와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다셔졌다.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맛보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생선구이가 나왔다. 커다란 쟁반 위에 고등어, 메로, 오징어, 이름 모를 생선들까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숯불 위 그릴에 올려진 생선들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갔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분들이 직접 생선을 구워준다는 점이었다. 능숙한 솜씨로 생선을 뒤집고 자르는 모습이 마치 전문가 같았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앉아서 맛있는 생선구이를 즐길 수 있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개인 접시에 나눠주셨다.
가장 먼저 맛본 것은 고등어였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고등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기름기가 쫙 빠져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메로였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메로는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숯불 향이 메로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오징어는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숯불에 살짝 그을린 오징어는 특유의 감칠맛을 더했다. 함께 제공된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함께 나온 된장 미역국도 빼놓을 수 없었다. 뜨끈하고 구수한 된장 미역국은 생선구이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셀프바에서는 다양한 반찬들을 리필할 수 있었다. 특히 맛있었던 오징어 젓갈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가게 마감 30분 전쯤에는 셀프바가 닫히니 참고해야 한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후기에서 언급된 것처럼, 제공되는 생선들이 모두 외국산이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속초까지 와서 현지에서 잡히는 싱싱한 생선을 맛보고 싶었는데, 이 점은 충족되지 못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숯불구이의 풍미는 좋았지만, 맛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숯불에 구워 먹는 감성을 느끼기에는 좋았지만, 맛만 놓고 보자면 ‘최고’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아이들이 먹을 만한 밑반찬이 부족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88생선구이 앞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 끝에 맛보는 숯불 생선구이의 맛은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88생선구이는 숯불에 구워 먹는 생선구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직원분들이 직접 구워주는 편안함과 다양한 밑반찬은 만족스러웠지만, 외국산 생선과 가격 대비 아쉬운 맛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속초 맛집 여행에서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하지만,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속초에서 즐기는 강원도의 맛, 다음에는 더 새로운 미식 경험을 찾아 떠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