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벼르던 광양읍의 한 고깃집으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차림상’이라는 이름이 정겨웠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조심스레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그러나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의 식당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과 ‘상원회관’이라는 옛 간판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공기가 훅 하고 느껴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불고기와 소특양구이가 대표 메뉴인 듯했다. 한우 불고기와 호주산 불고기 중에서 고민하다가, 왠지 오늘은 한우의 깊은 풍미를 느껴보고 싶어 국내산 불고기를 주문했다. 메뉴판 한켠에 적힌 ‘김칫국(2인 이상)’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이 집의 숨겨진 내공이 느껴지는 듯했다.
주문을 마치자, 곧 밑반찬들이 하나 둘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웠다. 젓가락으로 슴슴한 시래기된장국을 맛보니,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김칫국을 시켜 드시던데, 다들 너무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에는 꼭 김칫국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불고기가 등장했다. 선홍빛의 신선한 한우 불고기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숯불이 들어오고, 불판 위에 불고기를 한 점 한 점 올려 구워지기를 기다렸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잘 익은 불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양념도 너무 달거나 짜지 않아, 고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상추에 불고기를 올리고, 쌈장과 마늘, 그리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청양고추를 곁들여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특히 청양고추는 작지만 은근하게 매콤한 맛이 불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멈출 수 없는 맛에, 순식간에 불고기 한 접시를 비워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 즈음, 식사로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냉면의 양은 살짝 아쉬웠지만, 불고기와 함께 먹으니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아주머니께서 직접 식초와 겨자를 넣어 맛을 내주시니,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매콤달콤한 비빔냉면과 불고기의 조합은, 역시 최고의 선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누룽지를 주문했다. 따뜻하고 구수한 누룽지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완벽한 디저트였다. 누룽지를 먹으니,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차림상은 주차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는 그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특히, 70년 전통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김칫국은 꼭 한번 맛봐야 할 별미라고 생각한다. 다음번 방문에는 꼭 김칫국을 시켜 먹어봐야겠다.

광양 맛집 차림상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따뜻한 정과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광양읍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