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 늘 북적이는 도시의 풍경은 여전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그리웠다. 마치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희미해진 그 맛을 찾아, 추억을 더듬어 길을 나섰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함천식육식당. 허름한 외관에서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짙은 회색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촌스럽게 쓰여진 ‘함천식육식당’ 간판은 어딘가 정겹게 느껴졌다. 식당 문 옆에는 ‘한우 소고기 찌개’를 홍보하는 노란색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그 옆에 적힌 전화번호는 빛이 바래 있었다. 81번지라는 낡은 주소판이 붙어있는 창문에는 cctv 작동 안내문이 붙어있어 묘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구수한 음식 냄새가 섞여 후각을 자극했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홀 serving을 담당하는 분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한우 삼겹살, 돼지 주물럭, 소고기 찌개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가격은 한우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편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삼겹살을 주문했다.
주문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직접 담근 듯한 김치,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직접 담근 김치는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중국산 김치를 내놓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직접 김치를 담가 내어주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라고 한다. 이런 점이 바로 이 식당의 매력이 아닐까.
밑반찬을 하나씩 맛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겹살이 등장했다. 선홍빛의 신선한 삼겹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불판 위에 삼겹살을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고소한 풍미가 환상적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신선한 쌈 채소에 삼겹살과 김치를 함께 싸서 먹으니, 그 맛은 더욱 깊어졌다. 압력밥솥으로 갓 지은 듯 윤기가 흐르는 밥 또한 삼겹살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의 삼겹살은 완벽에 가까웠다. 전국 각지를 출장 다니면서 수많은 삼겹살을 먹어봤지만, 이곳의 삼겹살은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삼겹살을 맛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삼겹살을 정신없이 먹고 난 후, 시원한 시락국이 간절해졌다. 마침 메뉴에 시락국이 있길래, 공기밥과 함께 주문했다. 뜨끈한 시락국은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깔끔한 맛이었다. 밥을 말아서 김치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함천식육식당에서는 삼겹살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돼지주물럭은 매콤달콤한 양념이 일품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꼭 돼지주물럭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고기된장찌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라고 한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한우 삼겹살 (100g) 28,000원, 한우 소고기 주물럭 (130g) 15,000원, 한우 소고기 육회 (대) 30,000원, (소) 20,000원, 한우 소고기 찌개 10,000원, 한우 소고기 육개장 9,000원, 한우 소고기 된장찌개 8,000원, 돼지고기 삼겹살 (130g) 10,000원, 돼지고기 주물럭 (150g) 9,000원.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serving을 담당하는 분이 한 분이라 serving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기 맛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그리고 찬이 조금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함천식육식당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 식당 근처에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져 있어, 식사 후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함천식육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듯한 푸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을 되살려준 함천식육식당.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찾아,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며 마음의 위안을 얻어야겠다. 대구에서 진정한 맛집을 찾는다면, 함천식육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나는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식당 문을 나섰다. 발걸음은 아까보다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대구의 야경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오늘 함천식육식당에서 맛본 삼겹살과 시락국, 그리고 아주머니의 따뜻한 미소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찍었던 사진 몇 장을 꺼내 보았다.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펼쳐진 드넓은 주차장의 모습,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른 산과 하얀 탑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는 좀 더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진정한 맛은 화려한 기교나 비싼 재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박함과 정성, 그리고 추억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함천식육식당은 바로 그런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