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약속,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매콤한 음식이 당겼다. 평소 회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오늘은 새콤달콤한 회무침에 시원한 소주 한잔이 간절했다. 야탑에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강릉집이 떠올랐다. 한때 분당에서 꽤나 이름을 날렸던 곳인데, 그 맛이 여전할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퇴근 시간, 야탑역 근처는 역시나 북적였다. 강릉집 앞에 도착하니, 다행히 발렛파킹 서비스 덕분에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끌벅적함이 왠지 정겹게 느껴졌다. 평일 저녁인데도 손님들로 가득 찬 것을 보니,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4시 반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이 거의 다 찼다. 역시 소문난 곳은 다르다.
메뉴는 단 하나, 우럭회무침이다. 우리는 둘이서 소(小)자를 시켰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럭회무침이 등장했다. 깻잎이 둥글게 접시 가장자리를 감싸고, 그 안에 새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우럭회무침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깻잎 위에는 다진 마늘이 앙증맞게 올려져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싱싱한 깻잎이었다. 깻잎의 초록색과 회무침의 붉은색이 어우러져 식욕을 자극했다. 깻잎에 쌈을 싸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깻잎은 부족하면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고 하니, 깻잎 러버인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본격적으로 우럭회무침을 맛볼 차례. 젓가락으로 회무침을 크게 집어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우럭회와 아삭아삭한 채소들이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있었다. 한 입 먹어보니,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양념이 정말 훌륭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매콤함이 일품이었다.
이곳의 숨겨진 비법은 바로 깻잎쌈이다. 깻잎 위에 회무침을 올리고, 김, 날치알, 마늘, 고추를 함께 넣어 싸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깻잎의 향긋함과 김의 고소함, 날치알의 톡톡 터지는 식감, 그리고 마늘과 고추의 알싸함이 어우러져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깻잎쌈은 정말 마법과 같았다. 회를 즐겨 먹지 않는 사람도 깻잎쌈 덕분에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회무침을 먹는 동안, 따뜻한 들깨 미역국이 나왔다. 고소한 들깨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미역국은 매콤한 회무침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들깨 미역국은 단일 메뉴로 팔아도 될 정도로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회무침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다시마 국수가 나왔다. 남은 양념에 다시마 국수를 비벼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쫄깃쫄깃한 다시마 국수의 식감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마지막으로 우럭 매운탕이 나왔다. 큼지막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 매운탕은 보기만 해도 속이 풀리는 듯했다. 매운탕 안에는 우럭 머리와 뼈, 그리고 콩나물, 미나리, 쑥갓 등 다양한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특히, 직접 뜯어 넣는 수제비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매운탕에 라면 사리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라면 사리를 넣어 먹어봐야겠다.

배가 너무 불러 매운탕을 다 먹지 못했는데, 남은 매운탕은 포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아쉽지만 포장을 부탁드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한방차를 내어주셨다.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어 끓인 한방차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강릉집에서는 우럭회무침 외에도 알탕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지만, 주말에는 우럭회무침만 주문이 가능하다. 평일 점심에는 런치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점심시간에 방문해서 다른 메뉴도 맛봐야겠다.
강릉집은 맛도 맛이지만, 직원분들의 친절함 또한 인상적이었다. 깻잎이 떨어지면 알아서 채워주시고, 다른 요청에도 항상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만, 가게 내부가 조금 시끄러운 편이라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
강릉집에서 우럭회무침을 먹고 난 다음 날, 묘하게 속이 쓰린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양념에 캡사이신 성분이 꽤 많이 들어간 듯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미리 맵기 조절을 부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자극적인 맛 덕분에 묘하게 자꾸 생각나는 곳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매콤한 음식이 당길 때면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방문한 강릉집은 여전히 맛있는 곳이었다.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특히, 깻잎쌈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야탑에서 회무침이 생각날 땐, 주저 없이 강릉집을 추천하고 싶다. 누구를 데려가도 평균 이상은 할 분당 맛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