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 뻐근한 몸을 이끌고 향한 곳은 이천의 작은 해장국집이었다. 간밤에 묵었던 숙소 근처에서 늦은 저녁까지 이어진 술자리가 깊었던 탓에, 속은 말이 아니었다. 뜨끈한 국물로 속을 달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에서 내려 마주한 식당은 생각보다 깔끔한 인상이었다. 커다란 간판에 큼지막하게 적힌 ‘이천 해장국’이라는 글자가 왠지 모를 믿음을 주었다. 가게 앞에 서니, 1992년부터 이곳을 지켜왔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이천 시민들의 아침을 책임져 온 곳이라는 사실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 둘이 온 손님, 저마다 해장국을 앞에 두고 조용히 아침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나도 한쪽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해장국과 수육이 주메뉴인 듯했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해장국 외에도 수육, 그리고 간단한 주류 메뉴가 적혀 있었다. 가격은 해장국이 10,000원, 수육이 30,000원으로 적당한 수준이었다. 물론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해장국을 주문했다. 얼른 속을 달래고 싶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이 내 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콩나물, 선지, 우거지 등 해장국 재료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붉은 국물 위로 파와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반찬으로는 깍두기, 김치, 젓갈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들이 함께 나왔다.

가장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았다. 와, 정말 깔끔하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과하지 않은 매콤함과 시원한 국물 맛이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듯했다. 간밤의 숙취가 순식간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콩나물의 아삭함, 선지의 부드러움, 우거지의 씹는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냈다.
밥 한 공기를 말아 국물과 함께 크게 한 입 먹으니,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보니, 제대로 해장이 되는 것 같았다.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해장국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젓갈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져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해장국을 먹는 동안, 친절한 사장님께서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맛은 괜찮은지 꼼꼼하게 챙겨주셨다. 따뜻한 인심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가게는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일 정도로 해장국을 깨끗하게 비웠다. 정말이지, 이천에서 맛본 최고의 해장국이었다. 속이 완전히 풀린 것은 물론이고, 든든하게 배까지 채울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천에서 우연히 들른 해장국집. 기대 이상의 맛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천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서 깔끔한 맛의 해장국을 맛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술 마신 다음 날에는 더더욱!
돌아오는 길,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이천 거리를 걸으며, 든든하게 채워진 배와 함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천에서의 짧은 아침 식사는, 단순한 해장을 넘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다음에 이천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이번에는 수육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이천의 아침을 깨우는 또 다른 맛집을 찾아 떠나는 상상을 하며, 다음 여정을 기약해본다. 어쩌면 이천은 해장국 맛집 순례의 성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또 다른 이천의 맛을 탐험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