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에서의 점심, 6080 음식골목에서 연이은 퇴짜를 맞고 발길을 돌리던 중, 우연히 발견한 “한오백년추어탕”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과, 그윽한 추어탕 냄새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활기가 넘쳤다. 동네 주민들부터 작업복을 입은 건설업 종사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추어탕을 즐기고 있었다. 창가 쪽 좁은 자리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으니,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메뉴판을 보니 추어탕뿐만 아니라 추어튀김, 돈까스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첫 방문이니만큼, 가장 기본인 추어탕과 추어튀김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잠시 후, 놀라울 정도로 푸짐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은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진한 갈색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밥은 검은쌀과 조가 섞인 잡곡밥으로, 쫀득한 식감이 훌륭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어리굴젓이었다. 평소 굴 특유의 비린 맛 때문에 즐겨 먹지 않았는데, 이곳의 어리굴젓은 전혀 달랐다. 굴의 신선함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비린 맛을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마치 마법처럼, 굴에 대한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는 맛이었다.
젓갈 특유의 쿰쿰한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젓갈이라기보다는 잘 숙성된 겉절이 같은 느낌이었다. 신선한 굴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아삭한 무, 그리고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어리굴젓의 매력에 빠져 밥 한 숟가락 위에 듬뿍 올려 먹으니, 추어탕은 잠시 잊혀질 정도였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어리굴젓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도저히 젓가락을 멈출 수 없어,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비워냈다.
추어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힌 안내문에는 어리굴젓과 밥, 부추를 함께 비벼 먹으라고 쓰여 있었다. 망설임 없이 시도해 보니, 정말 꿀맛이었다. 따뜻한 밥과 향긋한 부추, 그리고 매콤한 어리굴젓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추어탕 국물은 진하고 걸쭉했다.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넣어 특유의 걸쭉함이 느껴졌고, 텁텁하지 않고 깔끔했다. 시래기와 부추도 듬뿍 들어 있어 씹는 맛을 더했다.
추어탕에는 산초가루가 빠질 수 없다. 톡 쏘는 산초가루를 살짝 뿌려 먹으니, 추어탕의 풍미가 한층 더 깊어졌다. 산초가루의 독특한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함께 나온 추어튀김은 바삭하고 고소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고, 미꾸라지는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튀김 특유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추어튀김을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함께 제공된 고추를 곁들여 먹으니,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여사장님의 친절함에 감동받았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맛있는 어리굴젓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마치 오랜 단골손님을 대하는 듯한 따뜻함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어리굴젓의 맛에 완전히 매료되어, 결국 부모님께 보내드릴 어리굴젓을 따로 주문했다. 아쉽게도 2개부터 배송이 가능하다고 하여, 넉넉하게 2개를 주문했다. 부모님께서도 이 맛있는 어리굴젓을 드시고 기뻐하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장실이 건물 바깥에 위치하고, 2층에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시설이 낡고 깨끗하지 않아 이용하기에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화장실의 불편함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식당 앞과 옆으로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만차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점심시간을 살짝 넘겨 방문하여,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한오백년추어탕”은 추어탕뿐만 아니라,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어리굴젓은 정말 넘사벽의 맛이었다. 장항 6080 음식골목에서 받았던 실망감을, 어리굴젓 하나로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여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특히 어리굴젓은 최고였어요!” 나의 칭찬에 여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한오백년추어탕”은 단순한 추어탕집이 아닌,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었다. 장항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장항 맛집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맛있는 어리굴젓을 함께 맛보고 싶다.
식당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맑고 푸르렀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장항에서의 뜻밖의 지역명 맛집 발견, 정말 행복한 점심 식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