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감동이 녹아든, 포항 죽도시장 칼국수 골목의 숨겨진 맛집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찾았던 시장의 북적거림, 그 따뜻한 풍경이 문득 그리워지는 날들이 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 흥정하는 소리, 활기 넘치는 에너지… 그 모든 것이 그리워 떠나기로 결심한 곳은 바로 포항의 죽도시장이었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는 칼국수 골목은 내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어린 시절 기억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싱싱한 해산물, 형형색색의 과일, 갓 구운 빵 냄새가 뒤섞여 코를 간지럽혔다. 사람들로 가득한 골목을 헤쳐나가는 것조차 즐거움이었다. 드디어 칼국수 골목 입구에 들어섰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식당들은 저마다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사실 죽도시장 칼국수 골목은 어느 집이나 맛이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족식당’이라는 이름이 정겹게 느껴져 발길을 멈췄다. 간판에는 ‘수제비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오히려 신뢰감을 주었다.

가족식당 간판
수제비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정겨운 ‘가족식당’ 간판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칼국수와 수제비를 먹고 있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테이블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혼자 온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합석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는 칼국수, 수제비, 칼제비 단 세 가지. 가격은 모두 5,000원으로 정말 착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집의 간판 메뉴인 수제비를 주문했다.

주문이 들어가자, 주방에서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제비를 뜯는 소리가 들려왔다. 툭, 툭, 툭… 마치 리듬을 타는 듯한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제비 한 그릇이 내 앞에 놓였다.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수제비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멸치 육수 특유의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수제비 위에는 잘게 썬 김가루와 송송 썰어 넣은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뽀얀 국물 위로 떠다니는 김가루와 파의 초록색이 식욕을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멸치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정말 좋았다.

수제비
멸치 육수의 시원함과 쫄깃한 수제비의 조화가 일품인 ‘가족식당’ 수제비

수제비는 얇고 쫄깃했다. 마치 손으로 직접 뜬 듯,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그 덕분에 더욱 정감이 갔다. 쫄깃한 수제비를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행복감이란! 멸치 육수가 잘 배어 있는 수제비는 정말 꿀맛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다진 청양고추와 양념장이 놓여 있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는 청양고추를 듬뿍 넣었다. 칼칼한 매운맛이 더해지니, 수제비 맛이 한층 더 깊어졌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반찬은 깍두기 딱 한 가지였다. 하지만 이 깍두기가 정말 맛있었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시원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수제비와 정말 잘 어울렸다. 깍두기를 한 입 베어 물고, 뜨끈한 수제비 국물을 마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수제비 한 숟가락
직접 손으로 뜬 쫄깃한 수제비와 시원한 멸치 육수의 조화

수제비를 먹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는 칼제비를 시킨 손님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칼국수 면과 수제비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칼제비도 정말 맛있어 보였다. 다음에는 칼제비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에 ‘비빔국수’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왠지 비빔국수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를 더 주문했다. 잠시 후, 빨간 양념이 듬뿍 올려진 비빔국수가 나왔다. 사장님이 직접 손으로 비벼서 내어주셨다.

비빔국수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했다. 쫄깃한 면발과 아삭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잘 어울렸다. 특히, 사장님 특제 양념장이 정말 맛있었다. 입맛을 돋우는 매콤한 맛이 계속해서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비빔국수와 함께 나온 따뜻한 멸치 육수도 훌륭했다.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비빔국수
사장님 특제 양념장이 일품인 ‘가족식당’ 비빔국수

‘가족식당’에서는 따뜻한 보리차를 내어준다.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여름에는 시원한 보리차를 준다고 하니, 여름에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식당’은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 현금이나 계좌 이체만 가능하다. 나는 계좌 이체를 하고 식당을 나섰다. 식당을 나서는 길,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가족식당’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처럼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 있는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죽도시장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죽도시장 칼국수 골목에는 ‘가족식당’ 외에도 많은 칼국수, 수제비 식당들이 있다. 어느 집에 들어가도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왠지 ‘가족식당’에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다. 그곳에는 맛뿐만 아니라, 따뜻한 정과 추억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죽도시장 맛집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죽도시장과 ‘가족식당’에 감사하며, 다음 포항 방문을 기약했다.

가족식당 내부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의 ‘가족식당’ 내부 모습

총평

* : 멸치 육수의 시원함과 쫄깃한 수제비의 조화가 훌륭하다. 비빔국수도 매콤달콤하니 맛있다.
* 가격: 수제비, 칼국수, 칼제비 모두 5,000원으로 저렴하다.
* 분위기: 시장 골목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서비스: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친절하다.

* 카드 결제가 안 되므로 현금이나 계좌 이체를 준비해야 한다.
*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 여름에는 시원한 보리차를 제공한다.
* 주차는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양념
기호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는 다진 청양고추와 양념장
잔치국수
깔끔한 멸치 육수가 돋보이는 잔치국수
테이블 세팅
정겹게 놓여있는 테이블 세팅
가게 내부
소박한 ‘가족식당’ 내부
수저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수저
메뉴
간단하지만 맛있는 메뉴들
깍두기
수제비와 찰떡궁합인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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