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 경성대 발해: 14학번이 인정한 숨은 닭도리탕 맛집의 귀환 (대연동)

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벼르던 경성대 앞 ‘발해’로 향했다. 14학번 시절, 군에서 제대한 후 마치 비밀 아지트처럼 친한 친구들하고만 몰래 드나들던, 나만의 숨은 맛집이었으니까. 세월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설렘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경성대·부경대역 3번 출구에서 10분 남짓 걸어 도착한 ‘발해’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정겨운 모습 그대로였다. 낡은 간판, 빛바랜 나무 문,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풍겨오는 익숙한 냄새.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잊고 지냈던 대학 시절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담한 내부는 6개 남짓한 테이블로 채워져 있었다. 북적거리는 번잡함 대신, 소소한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안성맞춤인 아늑함이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낙서로 가득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이 담겨 있는 듯했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친절한 사장님 부부가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변함없는 미소와 따뜻한 인사에, 잊고 지냈던 정겨움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메뉴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언제나처럼, 묵은지 닭도리탕이었다.

묵은지 닭도리탕
묵은지 닭도리탕

주문 후 잠시 기다리자, 기본 안주가 먼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김치와, 뽀얀 두부, 그리고 꼬들꼬들한 해초무침과 단무지. 검은색 사각 접시에 담겨 나온 모습이 정갈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웠다. 두부 위에 김치를 올려 한 입 베어 무니, 숙성된 김치의 깊은 맛과 두부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묵은지 닭도리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묵은지와 닭, 감자, 대파 등 푸짐한 재료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뚜껑을 열자, 매콤하면서도 깊은 향이 코를 찔렀다. 얼큰하고 진한 국물은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약불로 은근하게 끓이면서, 국물이 졸아들기를 기다렸다. 뭉근하게 끓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묵은지의 시큼한 향과 닭고기의 고소한 냄새가 섞여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붉은 빛깔을 띠는 국물이 끓을수록 점점 더 진해지는 듯했다.

보글보글 끓는 묵은지 닭도리탕
보글보글 끓는 묵은지 닭도리탕

드디어 닭고기 한 점을 집어 맛을 보았다. 젓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야들야들한 감촉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푹 익은 묵은지를 닭고기에 감싸 한 입에 넣으니, 세상 시름이 잊혀지는 맛이었다. 닭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묵은지는 적당히 시큼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냈다. 칼칼한 국물은 속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특히 묵은지의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김치를 사용한 닭볶음탕은 김치의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먹고 난 후에 텁텁함이 남기 마련인데, ‘발해’의 묵은지 닭도리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묵은지의 아삭한 식감은 살아 있으면서도, 닭고기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인 듯,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맛을 냈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감자와 대파 역시 닭도리탕의 풍미를 더했다. 포슬포슬한 감자는 국물을 듬뿍 머금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달큰한 대파는 닭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큼직한 재료들은 씹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닭고기와 묵은지
닭고기와 묵은지

닭도리탕을 먹는 동안, 사장님은 계란탕을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몽글몽글한 계란과 따뜻한 국물은 매운 닭도리탕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이모님의 푸근한 인심 덕분에,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편안한 기분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닭고기를 건져 먹고 난 후, 남은 국물에 볶음밥을 추가했다. 김가루와 참기름을 듬뿍 넣어 볶아주신 볶음밥은, 닭도리탕 국물의 매콤함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볶음밥을 냄비 바닥에 넓게 펼쳐 살짝 눌러 먹으니, 바삭한 누룽지의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볶음밥
볶음밥

식사를 마치니, 사장님께서 수제 딸기 샤베트를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상큼한 딸기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샤베트는, 매콤한 닭도리탕으로 얼얼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즐기는 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발해’에서는 닭도리탕을 주문하면 크림치즈 두부와 딸기 샤베트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마치 코스 요리처럼,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그리고 상큼한 디저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사장님의 푸짐한 인심과 뛰어난 요리 솜씨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의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다양한 메뉴들 또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도야지 3겹 냉채’나 ‘토마토 절임 방복이’처럼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어,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음 방문 때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해’는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게 옆에 2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다. 방문 전 미리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아담한 규모 때문에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기본 안주
기본 안주

‘발해’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따뜻한 정과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친절한 사장님 부부의 따뜻한 배려와, 푸짐한 음식,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들을 되살릴 수 있었다. 마치 어릴 적 이모 집에 놀러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발해’는, 여전히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경성대·부경대 근처에서 닭도리탕 맛집을 찾는다면, 망설임 없이 ‘발해’를 추천한다. 특히 비 오는 날, 뜨끈한 닭도리탕에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면, 그 어떤 근사한 요리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배웅해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치 오랜 친구와 헤어지는 듯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뗐다. 경성대 대연동 골목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발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딸기 샤베트
딸기 샤베트
토마토 절임 방복이
토마토 절임 방복이
도야지 3겹 냉채
도야지 3겹 냉채
술
불고기 치즈 계란말이
불고기 치즈 계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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