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한 기억 속, 학창 시절에는 감자탕 한 그릇이 꽤나 큰 사치였다. 용돈을 아껴 친구들과 함께 먹는 감자탕은 그래서 더 특별했는지 모른다. 문득 그 시절의 감성이 그리워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대구 북부서 사거리에 위치한 진미감자탕으로 향했다. 새벽 두 시, 네온사인 간판만이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 진미감자탕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두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었는데, 다들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하고 한적해서 오히려 좋았다. 마치 나만을 위한 공간인 듯한 느낌이랄까. 홀의 규모가 꽤 큰 편인데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늦은 시간 혼자 방문했음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객지에 와 있는 듯한 어색함 없이, 혼자서도 충분히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감자탕, 묵은지 감자탕, 뼈찜, 그리고 뼈해장국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역시나 나의 선택은 기본 감자탕이었다. 감자탕 ‘소’자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예전에 오락시설이 있었던 공간은 이제는 운영되지 않는 듯했지만, 그 시절의 흔적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감자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짙은 갈색 육수 위로 듬뿍 올려진 깻잎이 식욕을 자극했다. 함께 나온 밑반찬은 깍두기, 김치, 그리고 오이고추와 쌈장이었다. 깍두기와 김치는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해서인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아삭하게 씹히는 깍두기는 감자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오이고추는 맵지 않아서 쌈장에 찍어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진한 조미료 맛이 아닌,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었다. 다만, 조금 더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데기나 양념이 조금 더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감자는 아쉽게도 들어있지 않았고, 당면 또한 없었다. 깻잎, 배추 등의 야채와 큼지막한 돼지 등뼈만이 뚝배기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돼지 등뼈에 붙은 살코기는 생각보다 퍽퍽했다. 지방질이 적은 부위 위주로 구성된 듯 했다. 부드러운 살코기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살코기 양 자체는 적지 않았다. 뼈와 살을 분리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감자탕 국물에 큼지막한 살코기를 푹 담가 적셔 먹으니, 퍽퍽함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했다.

혼자서 감자탕 ‘소’자를 먹는 것은 생각보다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감자탕의 추억에 젖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꿋꿋이 숟가락을 놓지 않았다. 뼈에 붙은 살점을 발라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으니, 어린 시절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감자탕을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 뒤쪽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2층에는 아이스크림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식사 후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당연한 코스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비록 배가 너무 불러 아이스크림을 먹지는 못했지만, 다음번 방문 때는 꼭 아이스크림까지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미감자탕은 넓은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어 주차 걱정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다만,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조금 좁고 복잡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북부경찰서 사거리에서 하차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진미감자탕에서 맛본 감자탕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진미감자탕처럼, 나 또한 묵묵히 내 삶을 살아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뼈해장국은 깔끔한 맛이 특징이지만, 들깨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뼈에 살이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어떤 날은 고기가 질기고 맛이 없을 수도 있다는 후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미감자탕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구 맛집임에는 틀림없다.

진미감자탕은 예전만큼은 못하다는 평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묵은지 감자탕은 김치가 맛있다는 평이 많으니, 다음번에는 묵은지 감자탕을 한번 먹어봐야겠다. 등뼈찜 또한 매운맛으로 즐기면 눈물나게 맛있다는 후기가 많으니,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진미감자탕은 내게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하여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맛있는 감자탕을 즐겨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는 부디 감자가 들어있기를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