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월, 캠퍼스에는 활기가 넘실거렸다. 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설렘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고학번들의 여유가 공존하는 공간. 나 역시 풋풋한 신입생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제법 캠퍼스 생활에 익숙해진 ‘나’를 발견하며 묘한 감회에 젖었다. 문득, 잊고 지냈던 학교 앞 맛집 탐방에 대한 향수가 밀려왔다. 오늘은 작정하고,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경희대 인근의 돈까스 맛집, ‘시키카츠’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시키카츠’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다. 학교 커뮤니티는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도 “거기 안 가봤으면 경희대생 아니지~”라는 농담 섞인 말이 오갈 정도였으니. 30분 웨이팅은 기본이라는 이야기에 선뜻 발걸음이 향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꼭 가봐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내 앞에 5팀이나 대기 중이었다.
매장 앞에 놓인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과 메뉴를 적어두고, 주변을 서성이며 기다렸다. 좁은 골목길,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풋풋한 대학 시절의 낭만이 느껴졌다. 기다림이 지루할 법도 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생각에 오히려 설렘이 가득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테이블은 6~7개 남짓, 15명 정도 수용 가능한 공간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북적거리는 느낌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혼밥하기에도 부담 없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했다. 벽면에 걸린 은은한 조명이 감도는 나무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따뜻한 조명 아래, 친구와 연인, 그리고 혼자 온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돈까스를 즐기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로스카츠(등심)와 히레카츠(안심).
고민 끝에, 두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모듬카츠를 주문했다.
특히, 이곳은 특로스카츠라는 특별 메뉴가 있는데, 하루 15개 한정 판매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오늘은 이미 품절이라 맛볼 수 없었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주문 후,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방을 힐끔거렸다. 셰프는 흰색 유니폼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마치 장인처럼 돈까스를 튀겨내고 있었다. 기름 솥에서는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카츠가 눈앞에 등장했다.
검은색 접시 위, 먹음직스러운 돈까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돈까스 아래에는 기름이 빠지도록 얇은 철망이 깔려 있었다. 튀김옷은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튀겨져 있었고, 고기는 촉촉한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비주얼을 실제로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먼저, 로스카츠부터 맛을 보았다.
두툼한 고기 한 점을 집어, 테이블에 놓인 안데스 소금을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바삭한 튀김옷이 입안에서 부서지는 순간, 육즙이 팡 터져 나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면서도 풍부한 육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핑크 소금의 짭짤한 맛이 돈까스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이번에는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어봤다.
톡 쏘는 와사비의 알싸함이 기름진 맛을 잡아주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돈까스 소스에 찍어 먹으니, 달콤하면서도 익숙한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금이나 와사비와 함께 먹는 것이 돈까스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히레카츠를 맛보았다.
로스카츠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지방이 적어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느낌이랄까.
튀김옷은 얇고 바삭해서, 고기의 풍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로스카츠보다는 히레카츠가 더 내 취향에 맞았다.

돈까스와 함께 제공되는 밥, 미소시루, 샐러드, 그리고 파김치도 훌륭했다.
특히, 샐러드는 흔히 볼 수 있는 양배추 샐러드가 아닌, 양상추 샐러드였다.
참깨 드레싱에 땅콩 가루가 더해져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파김치는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삭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식사를 거의 마쳐갈 때쯤, 직원분이 작은 컵에 담긴 유자 샤베트를 가져다주셨다.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폴라포를 곱게 갈아 놓은 듯한 비주얼이었다.
돈까스의 기름진 맛을 말끔히 씻어주는 완벽한 디저트였다.

시키카츠에서의 식사는 만족 그 이상이었다.
단순히 맛있는 돈까스를 먹는 것을 넘어,
정성 가득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왜 이곳이 경희대 학생들에게 그토록 사랑받는 회기 맛집인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나 웨이팅이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방문하면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한 기다림은 언제나 설레는 법.
다음에는 꼭 특로스카츠를 먹어보리라 다짐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 캠퍼스에는 어느덧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시키카츠에서의 행복한 기억이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맛집을 발견했고,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찾아 맛있는 돈까스를 즐기리라 다짐했다.
시키카츠는 단순한 돈까스 가게가 아닌,
경희대 학생들의 추억과 낭만이 깃든 특별한 공간이었다.
혹시, 경희대 근처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 시키카츠의 돈까스를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시키카츠의 단골이 되었다.
혼자서 조용히 돈까스를 즐기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기도 했다.
시키카츠는 나에게 단순한 맛집을 넘어, 캠퍼스 생활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시키카츠에서 맛있는 돈까스를 먹으며,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