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늦가을 여행, 목적지는 굽이굽이 산세와 맑은 물이 어우러진 양평이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특히, 양평은 예전부터 맛있는 음식점이 많기로 유명해서, 이번 여행에서는 꼭 숨겨진 맛집을 찾아 미식 경험을 해보리라 다짐했다. 인터넷 검색과 지인들의 추천을 통해 최종 목적지로 낙점한 곳은 바로 개군면에 위치한,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이었다.
사실 순대국은 평소에도 즐겨 먹는 메뉴지만, 60년 전통이라는 문구와 3대에 걸쳐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이야기에 왠지 모를 깊은 맛이 느껴질 것 같았다. 게다가 여러 방송에도 소개된 유명 맛집이라는 점도 방문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토요일 늦은 점심시간,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드디어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에 도착했다.
식당 건물은 낡은 벽돌로 지어져 있었는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에서 오랜 전통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건물 외벽에는 ‘3대 원조’, ‘SBS 생방송 투데이’, ‘맛대맛’ 등 다양한 방송 출연을 알리는 문구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 이곳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낡은 간판과 퇴색된 색깔, 그리고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는 오히려 정겨운 느낌을 주었고,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식당 앞에는 빨간색 천막이 쳐진 대기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주말 점심시간에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14시 30분쯤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10분 정도 웨이팅을 해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식당 옆쪽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편리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조금은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오래된 듯했지만,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다. 벽에는 메뉴판과 함께 ‘명품 개군 할머니 순대국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담백하게, 얼큰하게, 맑게 먹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순대국 보통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과 함께 따뜻한 간이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어 낸 간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신선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맛을 보니,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곁들여 나온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한 맛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더욱 풍미가 좋았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간은 신선하지 않으면 맛보기 힘든데, 이곳에서는 좋은 퀄리티의 간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밑반찬으로는 깍두기, 겉절이 김치, 새우젓, 다진 양념 등이 나왔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좋았고, 겉절이 김치는 신선하고 매콤한 맛이 순대국과 잘 어울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치를 직접 썰어 먹을 수 있도록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원하는 크기로 썰어 먹을 수 있어 더욱 좋았고,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안심이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순대, 머릿고기, 곱창, 그리고 넉넉한 양의 시래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은 뽀얀 빛깔을 띠고 있었는데, 깊고 진한 육수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지금껏 먹어왔던 순대국과는 차원이 다른 깊고 구수한 맛이 느껴졌다. 돼지 뼈를 오랜 시간 동안 푹 고아 만든 육수에, 직접 담근 된장과 시래기를 넣어 끓였다고 하는데, 그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순대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이곳의 순대는 일반적인 당면 순대가 아니라, 직접 만든 토종 순대라는 점이 특별했다. 순대 소에는 신선한 선지와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풍성한 식감을 자랑했다. 머릿고기는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했고, 곱창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특히, 순대국에 곱창이 들어있는 것은 처음 경험했는데, 쫄깃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곱창의 양이 많다 보니 조금 질기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순대국에 들어간 시래기는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을 더해주었다. 푹 삶아진 시래기는 질기지 않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으며, 순대국 국물과 어우러져 더욱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 사실 순대국에 시래기가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시래기는 순대국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도 해주어,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취향에 따라 다진 양념, 새우젓, 들깨가루 등을 넣어 먹으면 더욱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나는 먼저 다진 양념을 넣어 얼큰하게 먹어보았다. 매콤한 양념이 국물에 풀어지면서 칼칼한 맛이 더해졌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다음으로는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추고,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해보았다. 역시나 훌륭한 선택이었다. 새우젓은 순대국 특유의 감칠맛을 더욱 살려주었고, 들깨가루는 고소한 풍미를 더해, 순대국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밥 한 공기를 뚝배기에 말아, 순대와 머릿고기, 시래기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밥알에 국물이 스며들어 촉촉해졌고, 쫄깃한 순대와 야들야들한 머릿고기, 부드러운 시래기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깍두기와 겉절이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함만 남았다.
순대국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보통 사이즈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양이 상당히 많았는데, 양이 적은 사람이라면 보통 사이즈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워낙 맛이 좋아서, 아무리 배가 불러도 남길 수가 없었다.
계산을 하면서 보니, 순대국 가격은 11,000원이었다. 사실 순대국 한 그릇 가격으로는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 그리고 정성 가득한 재료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이었다. 게다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간의 퀄리티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역시 유명한 곳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랜 전통과 정성이 느껴지는 깊은 맛,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 양평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양평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다음에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날지 기대하며, 집으로 향했다. 이번 양평 여행은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 덕분에 더욱 특별하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