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점심,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며칠 전부터 눈여겨봤던 노원구의 작은 스시야, ‘스시하쿠야’가 문득 떠올랐다. 하쿠야, 백야라니. 이름부터가 왠지 모르게 신비로운 기운을 풍기는 곳이었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고요한 미식의 세계로 떠나는 상상을 하며, 나는 망설임 없이 예약 버튼을 눌렀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주변을 둘러봤다. 대로변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골목, 스시하쿠야는 예상보다 더 아담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세련된 간판 대신, 정갈하게 쓰인 나무 현판이 이곳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건물 자체는 다소 오래된 듯했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감싸는 공간, 나는 마치 오래된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간단한 차가 준비되었다. 긴장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런치 오마카세는 12시와 1시 30분, 하루 두 번 진행된다고 한다. 나는 첫 번째 타임으로 예약을 했다. 곧이어 셰프님의 정갈한 손길로 코스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부드러운 계란찜. 은은한 단맛과 촉촉한 식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이어서 신선한 해초가 나왔다. 바다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싱그러운 바닷가를 거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본격적인 스시가 나오기 시작했다. 참돔, 한치, 참다랑어… 셰프님은 능숙한 솜씨로 신선한 재료를 다듬어 스시를 쥐어주셨다.

나는 셰프님의 움직임을 넋 놓고 바라봤다. 칼날이 생선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갈 때마다, 얇게 저며진 생선은 윤기를 뽐냈다. 셰프님의 손끝에서 탄생한 스시는 마치 예술 작품과도 같았다.
가장 먼저 맛본 것은 참돔.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이어서 나온 한치는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참다랑어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풍부한 지방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스시를 맛보는 중간중간, 셰프님은 재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스시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덕분에 나는 스시의 풍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삼치, 게살, 전갱이, 고등어, 새우, 생새우, 장어…쉴 새 없이 다양한 종류의 스시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방어에 마늘을 살짝 올린 초밥과 장어 초밥이었다. 제철을 맞은 방어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마늘의 알싸한 향이 방어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장어 초밥은 달콤한 소스와 부드러운 장어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셰프님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스시와 함께 곁들여 마신 유자 하이볼도 인상적이었다. 은은한 유자 향이 스시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줬다. 마치 깔끔한 마무리 역할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후토마끼. 커다란 김밥 안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아낌없이 들어 있었다. 밥알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다채로운 식감과 풍성한 맛은 그야말로 입안의 축제였다. 특히 참치와 교쿠의 완벽한 밸런스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배가 불렀지만,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셰프님께서 직접 만든 듯한 달콤한 계란 카스테라를 내어주셨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함이 완벽한 마무리를 장식했다. 마치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기분이었다.
스시하쿠야의 런치 오마카세는 총 16가지의 다채로운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미식의 향연을 마음껏 즐겼다. 4만 5천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이토록 훌륭한 퀄리티의 오마카세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가끔 밥이 조금 짜다는 의견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밥알의 짭짤함이 스시의 풍미를 더욱 돋우는 듯했다. 다만, 건물 자체가 조금 낡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스시의 맛과 훌륭한 서비스로 충분히 상쇄되었다.
스시하쿠야는 훌륭한 맛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었다. 셰프님의 정성이 깃든 스시 한 점 한 점은 나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마치 백야처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시하쿠야, 나는 이곳을 노원구의 숨겨진 맛집이라고 감히 칭하고 싶다.

다음에는 저녁 오마카세를 맛보러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더욱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노원 스시하쿠야, 당신에게도 백야의 선물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