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문득 정갈한 한정식이 떠올랐다.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인 양평, 그곳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퇴촌 지역에 자리 잡은 “흙토담골”은 오래전부터 내 마음속 맛집 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던 곳이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 도착한 흙토담골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고즈넉한 한옥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드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흙돌담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잘 가꿔진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푸르른 나무들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 정원 한켠에는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정겹던지,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와지붕을 얹은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식당 내부는 따뜻한 조명과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꾸며져 있어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미리 예약해둔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룸은 아늑하고 조용해서 오붓하게 식사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테이블에 앉자, 직원분께서 따뜻한 물수건과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다양한 한정식 코스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흙토담골 정식, 보리굴비 정식, 양념게장 정식 등 다채로운 메뉴들 중에서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이 되는 흙토담골 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 가득한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20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김치를 비롯한 각종 나물, 샐러드, 전, 찌개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들이었다. 특히, 놋그릇에 담겨 나온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가장 먼저 놋그릇에 담긴 돌솥밥을 맛보았다. 뚜껑을 여는 순간, 밥알 사이로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밥알은 찰기가 넘치고 촉촉했으며,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밥만 먹어도 맛있었지만, 갖가지 반찬들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된장찌개는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청국장이 살짝 들어간 듯한 깊은 맛은 잊을 수 없었다. 콩비지 찌개 또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좋았다. 뜨끈한 찌개 한 입에 밥 한 술을 뜨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쌈 채소와 함께 나온 불고기는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젓갈 향이 깊게 느껴지는 김치는 전라도식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놋잎 위에 곱게 올려진 쌈장과 함께 찐 양배추를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향긋한 당귀나물은 독특한 향이 입맛을 돋우었다.

아쉬웠던 점은 보리굴비였다. 겉은 짭짤하면서도 꼬득꼬득했지만, 깊은 풍미는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숭늉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를 얹어 먹으니, 짭짤한 맛이 중화되면서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코다리찜은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후식으로는 시원한 식혜가 제공되었다. 직접 만든 듯한 식혜는 은은한 단맛과 시원함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입구에 스타벅스 원두로 내린다는 커피 머신이 놓여 있었다. 단돈 천 원에 즐기는 커피 한 잔은 훌륭한 식사의 마침표를 찍어 주었다.

흙토담골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공간을 넘어, 아름다운 자연과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곳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정원을 거닐며 소화를 시키는 것도 좋았다. 곳곳에 놓인 정자와 평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들이 많아,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돌아오는 길, 흙토담골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맴돌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에도 좋고, 특별한 날 연인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더없이 좋을 것 같다. 물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다음에는 꼭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보리굴비 정식 대신, 양념게장 정식을 시켜봐야겠다.

흙토담골은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울 근교에서 제대로 된 한정식을 맛보고 싶다면, 양평 맛집 흙토담골을 강력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흙토담골에서의 행복했던 시간을 되새겼다. 다음에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맛보러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