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온 전라북도 김제. 드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며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바로 ‘지평선바지락죽’이었다.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왠지 모를 깊은 신뢰감을 주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은은하게 풍기는 바지락 향은 텅 비었던 속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했다. 테이블과 의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정갈함이 느껴졌다. 80년대 회관 분위기라는 솔직한 평처럼,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역시 바지락 요리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바지락죽, 바지락무침, 바지락전… 고민 끝에, 나는 바지락죽과 바지락전을 주문했다. 특히, 바지락 정식은 3.8만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홍어삼합을 비롯한 다양한 전라도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다음에는 꼭 정식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잠시 후,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바지락죽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뽀얀 죽 위에는 잘게 다진 채소가 흩뿌려져 있었다. 놋수저로 한 입 크게 떠서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향이 정말 일품이었다. 바지락 특유의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맛과 부드럽게 넘어가는 죽의 조화는,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기분 좋은 포만감을 선사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굴과 무를 섞어 버무린 섞박지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무와 톡 쏘는 굴의 조화는,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살려주는 듯했다.

특히, 죽에 얹어 먹는 김치는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은, 바지락죽의 담백함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김제에서 나는 배추로 직접 담근 김치라는 설명에, 왠지 모를 자부심이 느껴졌다.
죽을 몇 숟갈 떠먹으니, 바지락전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지락전은, 젓가락으로 찢는 순간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쫄깃한 바지락살이 톡톡 터지는 식감이 정말 좋았다.

함께 나온 양념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바지락이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재미가 쏠쏠했다. 왜 다른 사람들이 바지락전을 극찬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바지락죽과 바지락전을 번갈아 가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러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젓가락을 놓기가 아쉬웠다. 마지막 한 숟갈까지 정성껏 음미하며, 김제의 맛을 가슴 깊이 새겼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근 수정과를 내어주셨다. 은은한 계피 향과 달콤함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수정과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니, 비로소 만족감이 밀려왔다.

가게를 나서며, 나는 ‘지평선바지락죽’이 왜 김제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방문객들은 서비스나 위생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음식에서 비닐이 나왔다는 후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또한,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평선바지락죽’의 음식 맛과 정겨운 분위기가 이러한 단점을 상쇄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음에 김제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지평선바지락죽’에 들러 바지락 정식을 맛볼 것이다. 그리고, 그 따뜻한 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김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평선바지락죽’에서 따뜻한 바지락죽 한 그릇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지평선바지락죽에서 맛본 바지락죽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김제의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쩌면 화려한 미식 경험은 아닐지 모른다. 투박한 인테리어에 100% 만족스러운 서비스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고향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혹은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지평선바지락죽’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김제 지역민들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즐거움에 있는 것 같다. ‘지평선바지락죽’에서의 식사는, 나에게 그러한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김제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따뜻한 바지락죽의 온기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