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장어, 9가지 장아찌의 향연! 고창 정금자할매집에서 맛보는 풍천장어의 참맛

고창,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 드넓은 들판과 서해의 갯벌이 어우러진 풍경은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특히 고창은 예로부터 풍천장어가 유명하다고 하여,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 최고의 장어 맛집을 찾아 미식의 정점을 찍는 것이었다. 수많은 장어집들 중에서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정금자할매집’이었다.

여행 전날 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쨍한 햇살에 눈을 뜨니 마치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들뜬 기분이었다. 서둘러 짐을 챙겨 고창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은 하나같이 그림 같았다. 황금빛 들판은 마치 누군가가 정성스레 수를 놓은 듯 아름다웠고,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하늘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고창에 도착하여 정금자할매집으로 향하는 길, 은은하게 풍겨오는 갯벌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정금자할매집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나무로 지어진 건물 외벽에는 커다란 글씨로 ‘원조 장어구이 정금자할매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간판 옆에는 SBS 생활의 달인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어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과연 어떤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정금자할매집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정금자할매집 외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안은 활기가 넘쳤다. 벽면에는 각종 방송 출연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어 이곳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실감하게 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은 물론이고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다고 하니, 그 명성이 자자할 만하다.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장어구이는 소금, 된장, 고추장, 복분자 총 네 가지 맛이 준비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가장 기본이라는 소금구이와 이곳만의 특별한 비법이 담겨있을 것 같은 된장구이를 각각 1인분씩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다양한 장아찌
장어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9가지 장아찌

정갈하게 담겨 나온 9가지 나물 장아찌는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방풍잎, 시금치, 고추, 깻잎, 매실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장아찌들은 각각 고유의 향과 맛을 자랑했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일품인 매실 장아찌는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제격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구이가 등장했다. 숯불 위에 대파를 깔고 그 위에 초벌구이된 장어를 올려주는 것이 이곳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뜨겁게 달궈진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장어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장어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장어의 향연

가장 먼저 소금구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장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은 신선한 재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맛이었다. 은은한 숯불 향이 더해져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된장구이를 맛볼 차례. 짭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된장 양념은 장어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된장의 구수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미는,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장어 본연의 맛을 음미한 후, 본격적으로 장아찌와의 조합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깻잎 향이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매실 장아찌와 함께 먹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9가지 장아찌를 번갈아 가며 맛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마치 장어 맛집에서 맛보는 미식 오케스트라 같았다.

장어 쌈
향긋한 깻잎에 싸 먹는 장어의 맛

뜨겁게 구워진 파와 함께 먹는 장어 맛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파는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장어와 파의 조합은 상상 이상으로 훌륭했다.

식사를 마칠 무렵, 장어탕 수제비가 나왔다. 뽀얀 국물 안에는 쫄깃한 수제비와 각종 야채들이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 한 모금을 들이켜니, 진하고 깊은 장어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추어탕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뜨끈한 국물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고, 쫄깃한 수제비는 든든함을 더해주었다. 장어구이와 함께 장어탕 수제비를 맛보니, 비로소 완벽한 한 끼 식사를 완성한 기분이었다.

복분자주
고창의 명물, 복분자주

고창까지 왔으니, 고창의 명물인 복분자주를 빼놓을 수 없었다. 붉은 빛깔이 매혹적인 복분자주는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장어구이와 함께 복분자주를 곁들이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이곳에서는 3인 이상 점심 식사를 하면 복분자주 한 병을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자,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물음에, 나는 “정말 최고의 장어 맛집입니다!”라고 답했다. 사장님께서는 “저희 집은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셨다.

정금자할매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고창의 풍요로운 자연과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신선한 장어와 정성 가득한 밑반찬,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왜 이곳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인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펼쳐진 고창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다. 정금자할매집에서 맛본 풍천장어의 감동과 여운을 가슴에 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고창에서의 특별한 미식 경험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된장구이 말고 다른 맛에도 도전해 봐야지!

고추장 장어구이
매콤한 고추장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고추장 장어구이
푸짐한 한 상 차림
정갈하고 푸짐한 한 상 차림
숯불과 대파
장어의 풍미를 더해주는 숯불과 대파
소금구이와 된장구이
담백한 소금구이와 깊은 풍미의 된장구이
방송 출연 사진들
식당 벽면을 가득 채운 방송 출연 사진들
소금구이 장어
장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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