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빛 아래 피어나는 추억, 동두천 하루방에서 맛보는 제육볶음의 깊은 향수, 그 맛집의 기억

어스름한 새벽,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동두천의 한 식당, ‘하루방’으로 향했다. 16년 전 카투사 시절,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허기진 배를 채우던 추억의 장소라는 이야기에, 묵직한 향수와 함께 설렘이 밀려왔다. 세월이 흘러 얼마나 변했을까, 그 맛은 여전할까.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하루방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었다. 투박한 나무 간판에 빛바랜 글씨,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몇몇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사람,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제육볶음, 김치찌개, 오징어볶음 등 익숙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도 즐겨 먹었던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에 담긴 제육볶음과 함께,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검은 콩자반, 어묵볶음, 김치 등 소박하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엄마 손맛 반찬들이었다. 매일 반찬이 바뀐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제육볶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하루방의 제육볶음.

뜨끈한 뚝배기 안에서 붉은 양념에 윤기를 머금은 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제육볶음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한 점을 집어 맛을 보았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매콤달콤한 양념과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예전 그 맛 그대로였다. 돼지김치찜과 흡사하면서도, 김치를 뺀 듯 더 진한 맛이 느껴졌다. 흔히 맛볼 수 있는 불향 가득한 제육볶음과는 다른, 두루치기 스타일의 친근한 맛이었다.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제육볶음을 듬뿍 올려 한 입 가득 넣었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밥과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밥은 무한리필이라니, 이 얼마나 혜자스러운가. 밥통에서 직접 밥을 퍼다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제육볶음 한 상 차림
푸짐한 한 상 차림.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함께 간 친구는 김치 제육을 시켰는데, 돼지김치찜과 같은 스타일이라고 했다. 2명이서 방문한다면 김치제육과 그냥 제육을 시켜서 비교하며 먹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문득 오징어볶음도 궁금해졌다.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징어볶음도 추가로 주문했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오징어볶음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다. 한 입 먹어보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쫄깃한 오징어의 식감도 훌륭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익숙하면서도 맛있는, 딱 오징어볶음의 정석과 같은 맛이었다. 특히, 매콤한 오징어볶음은 술안주로도 제격일 것 같았다.

오징어볶음
매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오징어볶음.

식사를 하면서,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테이블은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혼자 와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이라, 새벽에도 부담 없이 들러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 듯했다.

벽 한쪽에는 낙서로 가득한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나도 한때 이곳에 와서 밥을 먹으며, 동료들과 함께 미래를 이야기했겠지. 잠시 옛 생각에 잠겼다.

하루방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하루방의 외관.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은, 마치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질문에,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옛날 생각도 나고 좋네요.”라고 답했다.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하셨다.

하루방을 나서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과 푸근한 인심, 그리고 옛 추억까지 되살아나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비록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하루방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빛나고 있었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허기진 배와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그런 곳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조금 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겠지만, 물만두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조금 떨어지는 듯했다.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나오는 물만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른 메뉴들은 여전히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밥이 무한리필이라는 점은 큰 매력이다.

하루방의 반찬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반찬들.

최근 방문자들의 리뷰 중에는 정치적인 성향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또 다른 리뷰에서는 주방에서 요리사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위생 문제는 음식점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 그런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방을 동두천 맛집으로 추천하고 싶다. 24시간 운영이라는 편리함, 밥 무한리필이라는 혜자스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은,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특히, 제육볶음은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순두부찌개
얼큰하고 시원한 순두부찌개도 인기 메뉴.

다음에는 김치찌개나 콩나물해장국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특히, 콩나물해장국은 숙취 해소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해장하러 오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하루방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함께,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동두천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반찬과 김치찌개
다양한 반찬과 김치찌개의 조화.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동두천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더 정겹게 느껴졌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하루방처럼, 이곳 사람들의 삶도 늘 활기차고 따뜻하기를 바라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푸짐한 반찬
보기만 해도 배부른 푸짐한 반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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