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숨은 보석, 서정가야밀면: 성남에서 맛보는 부산 향수 맛집 기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문득 시원한 밀면 한 그릇이 간절해졌다. 쫄깃한 면발과 매콤달콤한 양념, 살얼음 동동 뜬 육수가 어우러진 그 맛을 떠올리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어졌다. 서울에서 제대로 된 밀면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가천대 인근에 위치한 “서정가야밀면”이었다. 맛집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쏟아지는 긍정적인 후기들이 나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가천대역과 복정역 사이, 동서울대학교 정문 근처에 자리 잡은 서정가야밀면은 아담한 외관에서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짙은 녹색 어닝 아래, 가게 안으로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이 왠지 모르게 정겹다. 가게 외관에는 밀면 사진들이 붙어있어, 어떤 메뉴를 먹을지 미리 고민하게 만든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역시, 숨겨진 성남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서정가야밀면 가게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서정가야밀면의 외관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테이블이 다섯 개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좁아 다소 협소하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좁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밀면을 후루룩 먹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회전율이 빠른 덕분인지, 생각보다 금방 자리가 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밀면, 비빔면, 그리고 만두가 전부인 심플한 구성. 고민 끝에, 시원한 국물이 땡겼던 나는 물밀면을, 함께 간 친구는 비빔밀면을 주문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만두도 반반(고기, 김치)으로 하나 추가했다. 벽 한쪽에는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은근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주문과 동시에 따뜻한 육수가 제공되지 않는 점은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밀면의 비주얼을 보는 순간, 아쉬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물밀면은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와 쫄깃해 보이는 면발, 그리고 얇게 썰린 양지 고명, 삶은 계란 반쪽, 오이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여름날의 시원한 풍경을 담아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물밀면의 시원한 비주얼
살얼음 동동 뜬 육수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양념과 육수를 잘 섞은 후, 드디어 첫 젓가락을 들었다.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면발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시원한 육수는 은은한 한약재 향이 느껴지는,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었다. 인위적인 단맛이나 강한 MSG의 자극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얇게 썰린 양지 고명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오이채는 아삭한 식감을 더해주었다. 이 집, 육수 맛집이네!

나는 원래 냉면이나 밀면을 먹을 때 육수를 잘 남기지 않는 편인데, 서정가야밀면의 육수는 정말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계속해서 들이키게 되는 중독성 있는 맛이랄까. 솔직히 말하면, 리필까지 해서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

함께 주문한 비빔밀면은 물밀면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면발에 고루 베어 있었고, 김가루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친구는 맵찔이임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맵다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비빔밀면의 매콤달콤한 자태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비빔밀면

만두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반반으로 주문했는데, 4개씩 총 8개가 나왔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고, 속은 육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기만두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했고, 김치만두는 매콤하면서도 깔끔했다. 둘 다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기만두에 한 표를 더 주고 싶다. 만두를 밀면 육수에 살짝 적셔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촉촉한 만두 반반
고기, 김치 반반 만두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정신없이 밀면과 만두를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시원한 밀면 덕분에 더위도 싹 가시는 듯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화려함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가 이곳의 매력인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이 적고 공간이 협소하여 식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는 점, 그리고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특히, 혼자 방문하는 경우에는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가격이 인상되었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변함없는 장점이다. 다만, 곱빼기 가격 인상 폭이 다소 크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서정가야밀면은 완벽한 맛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특히, 부산 밀면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근교에서 맛보는 부산의 향수, 서정가야밀면에서 시원하게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양념장 없는 물밀면을 주문해서 육수 본연의 맛을 더욱 깊이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더운 여름날 웨이팅을 감수할 용기가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해서 시원한 밀면 한 그릇을 즐겨야겠다.

다시 봐도 군침 도는 물밀면
언제 먹어도 맛있는 물밀면

총평:

* :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수 맛이 인상적인 밀면. 부산 밀면과는 약간 다른 스타일이지만, 충분히 맛있다. 만두도 촉촉하고 맛있다.
* 가격: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 분위기: 테이블이 적고 협소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 서비스: 친절하지만, 바쁜 시간에는 다소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 있다.
* 재방문 의사: ⭐️⭐️⭐️⭐️ (4/5)

꿀팁:

*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 혼자 방문하는 경우에는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 주차 공간이 없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 비빔밀면을 먹고 남은 육수를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 만두는 꼭 반반으로 시켜서 둘 다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밀면
깔끔하게 차려진 밀면 한 상
밀면과 만두의 환상적인 조합
밀면과 만두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쫄깃한 면발을 들어 올리는 젓가락
쫄깃한 면발이 입맛을 자극한다.
김치만두 단면
매콤한 김치만두의 속
고기만두 단면
담백한 고기만두의 속
서정가야밀면 메뉴
서정가야밀면 메뉴
서정가야밀면 찾아오는 길
서정가야밀면 찾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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