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낡은 벽돌 건물 사이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빛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나의 미식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대전의 숨은 보석, ‘벽돌집’이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듯한 설렘이 느껴졌다. 간판은 낡았지만, 그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곱창 냄새는 나의 후각을 자극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평소 곱창 마니아인 나는 전국 곳곳의 곱창 맛집을 순례하는 것이 취미인데, 이곳 벽돌집은 과연 어떤 특별한 맛으로 나를 사로잡을지 무척 궁금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방문객들의 흔적이 가득한 낙서와 사인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곳곳에 붙어있는 메뉴판과 안내문구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 나는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6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벌써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기다릴 뻔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한우 곱창, 대창 구이, 막창 구이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단연 ‘모듬 곱창 구이’였다. 곱창, 대창, 막창, 염통, 우삼겹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매력적인 구성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순식간에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파김치, 콩나물무침, 육회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특히, 1++ 등급의 한우로 만든다는 육회는 전문점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육질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고소한 참기름 향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곱창 구이가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는 곱창, 대창, 막창, 염통, 우삼겹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곱창과 염통, 막창은 초벌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었고, 대창과 우삼겹은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풍겨져 오는 고소한 냄새는 나의 오감을 자극하며 젓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곱창을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곱창은 씹을수록 고소한 곱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정말이지, 이렇게 곱이 꽉 찬 곱창은 처음이었다!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함께 제공되는 양념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은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다음으로 대창을 맛보았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는 대창은 씹을 때마다 고소한 기름이 톡톡 터져 나왔다. 느끼할 수도 있지만, 벽돌집의 대창은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자아냈다. 막창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오는 막창은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염통은 신선하고 부드러웠다. 퍽퍽하지 않고 촉촉한 염통은 첫 점으로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마지막으로 우삼겹은 고소하고 담백했다. 곱창, 대창, 막창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우삼겹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파김치와 콩나물무침은 곱창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은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파김치는 곱창 기름에 살짝 구워 먹으니 그 맛이 배가되었다. 벽돌집에서는 특이하게도 서비스로 오징어 김치 칼국수를 제공한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은 곱창을 먹는 중간중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면발도 쫄깃쫄깃해서 후루룩 넘어갔다.
모듬 곱창 구이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볶음밥을 주문했다. 벽돌집의 볶음밥은 치즈를 추가하는 것이 필수라고 해서, 망설임 없이 치즈를 추가했다. 잠시 후, 직원분이 남은 곱창 기름에 밥과 김치, 야채, 김가루를 넣고 볶아주셨다.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올려 뚜껑을 덮고 기다리니, 치즈가 녹으면서 환상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볶음밥이 완성되었다.

쭉쭉 늘어나는 치즈와 함께 볶음밥을 한 입 맛보니, 정말 꿀맛이었다. 고소한 치즈와 매콤한 김치, 짭짤한 김가루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볶음밥 안에는 잘게 잘린 곱창도 들어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볶음밥을 먹는 동안에도, 직원분들은 친절하게 불판을 정리해주시고 부족한 반찬을 채워주셨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벽돌집은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운 좋게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나올 때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벽돌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병으로 제공되는 콜라와 사이다다. 왠지 모르게 옛날 감성이 느껴지는 병 음료는, 벽돌집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니, 배부르고 따뜻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오늘 나는 대전의 숨은 맛집, 벽돌집에서 인생 곱창을 맛보았다. 신선한 재료, 친절한 서비스,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벽돌집.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인생 맛집이라고 칭찬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전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벽돌집에 들러 곱창의 신세계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곱창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자꾸만 입맛을 다셨다. 벽돌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분들도 분명 벽돌집의 곱창 맛에 푹 빠지실 것이다. 대전 맛집 탐험은 언제나 즐겁다. 벽돌집 덕분에, 나의 대전 맛집 리스트는 더욱 풍성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