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에서 발견한 보석, 디어필립: 동네 주민만 알기 아쉬운 인생 빵집 탐험기

오랜만에 평일 오전에 시간이 나서, 평소 눈여겨 봐둔 동네 빵집, 디어필립으로 향했다. 11시 30분 오픈이라는 정보를 입수, 혹시나 인기 빵들이 금방 소진될까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빵 봉투를 가득 채워 탕진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가게 문을 열자, 따스한 빵 굽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향은 갓 구워져 나온 빵들의 향연을 예고하는 듯했다. 아담한 공간은 정갈하게 진열된 빵들로 가득 차 있었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에 정신을 놓고 빵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쇼케이스 안에는 크림이 듬뿍 들어간 크림빵이 숨어있었다.

디어필립 빵 진열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빵 진열대. 쟁반 위에 놓인 빵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시 깜빠뉴였다. 크랜베리 깜빠뉴는 예전부터 나의 최애 메뉴였고, 요즘은 무화과 깜빠뉴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깜빠뉴는,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크랜베리의 상큼함과 호두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크랜베리 깜빠뉴는, 디어필립에 가면 꼭 사야 하는 필수템이다. 빵에 박힌 크랜베리와 호두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사진에서 보았던 크랜베리 깜빠뉴의 모습은 정말이지 예술이었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먹음직스러움을 더하고, 속은 촉촉하면서도 촘촘한 기공을 자랑한다. 빵 속에 콕콕 박힌 크랜베리와 호두는 씹는 재미를 더해주고,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풍미를 선사한다. 빵을 썰어놓은 단면을 보니 더욱 먹음직스러웠다.

크랜베리 깜빠뉴
디어필립의 대표 메뉴, 크랜베리 깜빠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크랜베리와 호두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디어필립은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팁이다. 갓 구운 빵은 그 맛이 더욱 특별하기 때문이다. 버터를 아낌없이 사용한 빵들은 풍미가 남다르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풍미는, 다른 빵집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디어필립만의 매력이다. 빵을 가득 담은 종이 봉투를 들고 나오는데, 묵직한 무게만큼이나 마음도 풍족해지는 느낌이었다.

과거 올리브 깜빠뉴를 시작으로, 양파빵, 에끌레어, 쏘시송, 브루스게타, 플럼, 보스톡, 쿠키슈, 아몬드 크루아상까지, 정말 다양한 빵들을 맛보았었다. 바게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디어필립의 빵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프랑스식 빵집을 표방하는 디어필립은, 깜빠뉴와 페스츄리류가 특히 유명하다. 에끌레어, 티라미수, 크림 브륄레 같은 달콤한 디저트류도 준비되어 있어, 빵과 함께 즐기기에 좋다. 동네에서 워낙 인기가 많은 빵집이라, 갈 때마다 손님들이 북적거린다. 기다리는 동안 직원분들이 건네주는 샘플 시식빵은, 그 인심에 감동하게 된다. 시식빵만으로도 어느 정도 배가 찰 정도이니, 이 얼마나 후한 인심인가!

진열대 안의 빵들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무화과 깜빠뉴의 모습도 보인다.

식사용 빵으로는 깜빠뉴가 단연 으뜸이고, 개인적으로는 크로와상을 가장 좋아해서 항상 빼놓지 않고 사 먹는다. 뺑오쇼콜라 역시 훌륭한 선택이다. 최근 영업시간이 바뀌고 가격도 조금씩 올랐지만, 다른 빵집들의 가격을 고려하면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가격이 워낙 저렴했던 것일 뿐. 평일에는 저녁 7시, 토요일에는 저녁 6시까지 영업하며, 아쉽게도 일요일은 휴무다.

디어필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은 버터롤이다. 소금빵의 질감과 모닝빵의 형태를 동시에 가진 버터롤은,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얇고 바삭한 껍질이 부서지면서, 안의 보드랍고 짭짤한 빵이 혀를 감싼다. 속이 조금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아쉽지만, 겉 부분의 바삭함이 모든 것을 용서해준다. 퀸아망은 평소 단 음식을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감탄하게 만든다. 과도하게 달기만 한 카라멜라이징이 아니라, 식감과 풍미를 극대화한 카라멜라이징은, 퀸아망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크루아상과 퀸아망
디어필립의 페스츄리류는 기본기가 탄탄하다. 크루아상과 퀸아망은 꼭 맛봐야 할 메뉴.

디어필립은 기본에 충실한 빵을 만든다는 인상을 받았다. 화려한 토핑이나 과도한 크림으로 치장한 빵이 아니라, 빵 본연의 맛에 집중한 빵을 선보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하드계열 빵은, 훌륭한 기공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페스츄리류 역시 기본기가 탄탄하다. 지금까지 먹어본 빵 중에 쏘시송만 유일하게 아쉬웠다. 너무 단단하고, 소시지의 품질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디어필립 사장님은 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시식도 흔쾌히 제공해주시고, 빵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신다. 갓 구워져 따끈한 깜빠뉴는 정말 꿀맛이고, 빵을 사러 갈 때마다 이것저것 맛보라고 푸짐하게 썰어주셔서 배가 찰 정도이다. 이렇게 맛있는 빵을 왜 줄 서서 먹지 않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빵을 좋아한다면, 디어필립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이미지 속 빵들을 보면 볼륨감이 특히 좋은 것을 알 수 있다. 크림빵은 냉장고 안에 보관되어 있는데, 가격은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지만, 양과 크림의 질, 맛 모두 그 값을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수지도서관 옆 공원에서 빵을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 다음에는 꼭 빵을 사서 공원으로 가봐야겠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맛있는 빵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무화과 깜빠뉴 단면
무화과가 콕콕 박힌 깜빠뉴의 단면.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무화과의 조화가 일품이다.

디어필립의 빵은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각 빵에 담긴 철학을 맛볼 수 있어서, 마치 짧은 미식 기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연히 발견한 보석 같은 곳이지만, 이제는 나의 빵 정착지가 되었다.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은 빵을 고르는 재미를 더하고, 담백하고 기본에 충실한 빵은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와 3을 보면, 크랜베리 깜빠뉴와 무화과 깜빠뉴의 단면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빵 속에 아낌없이 들어간 크랜베리와 호두, 그리고 무화과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빵의 촉촉함과 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바삭한 바게트와 촉촉한 케이크, 후한 인심의 맛보기까지, 디어필립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다. 오래 씹을수록 맛있는 빵은, 디어필립의 자랑이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성껏 만드는 빵은, 장인의 고집과 열정을 느끼게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맛있는 빵은 가끔 품절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디어필립의 인기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금만 서두르면, 원하는 빵을 모두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빵이 담긴 종이 봉투
디어필립에서 빵을 가득 담아 행복하게 돌아가는 길.

나는 디어필립을 수지 맛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화려한 기교 없이, 빵 본연의 맛에 집중한 디어필립의 빵은, 먹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동네 주민들만 알기에는 너무 아쉬운 곳, 디어필립에서 인생 빵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진열대의 빵들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에끌레어와 뺑오쇼콜라
달콤한 디저트, 에끌레어와 뺑오쇼콜라.
진열대의 빵
진열대 안의 다양한 빵들. 어떤 빵을 골라야 할지 고민된다.
디어필립 외관
디어필립의 아담한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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