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곤드레 향이 깃든, 용인에서 만난 어머니 손맛 맛집

오랜만에 평일 점심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곤드레밥을 먹기 위해, 용인으로 향하는 드라이브를 감행했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감상하며 설레는 마음을 달랬다. 푸르른 하늘 아래 펼쳐진 녹음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은 한적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드디어 ‘곤드레’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간판 옆으로 하얀 건물이 솟아 있었는데, 간결하면서도 정갈한 인상을 주었다. 건물 주변에는 작은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앙증맞은 애기똥풀과 보랏빛 박태기나무꽃이 만개해 있었다. 4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형형색색의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식당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평온함으로 가득 찼다.

활짝 핀 애기똥풀
식당 주변 화단에 피어난, 싱그러운 애기똥풀의 자태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마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를 즐기고 계셨는데, 그 모습에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곤드레밥 정식과 쭈꾸미 볶음, 황태구이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 끝에, 곤드레밥 정식과 쭈꾸미 볶음을 주문했다. 곤드레밥의 향긋함과 쭈꾸미의 매콤함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조합을 기대하며.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감자조림, 샐러드, 나물 등 6가지 반찬과 구수한 된장찌개가 함께 나왔다. 특히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곧이어 주인공인 곤드레밥과 쭈꾸미 볶음이 등장했다. 곤드레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 위에 푸짐한 곤드레나물이 올려져 있었고, 쭈꾸미 볶음은 매콤한 양념과 불향이 코를 자극했다.

먼저 곤드레밥을 맛보았다. 젓가락으로 밥과 나물을 살살 비벼 한 입 먹으니, 입안 가득 곤드레 특유의 향긋함이 퍼져나갔다. 쿰쿰한 냄새는 전혀 없고, 질기지 않은 부드러운 식감이 돋보였다. 밥알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는 듯,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 또한 훌륭했다. 곤드레밥에 함께 제공된 맛간장을 살짝 넣어 비벼 먹으니,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윤기가 흐르는 쭈꾸미 볶음
매콤한 양념과 불향이 어우러진 쭈꾸미 볶음

다음으로 쭈꾸미 볶음을 맛볼 차례. 젓가락으로 쭈꾸미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불향이 확 느껴졌다. 시뻘건 색깔과는 달리, 생각보다 맵지 않고 적당히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이었다. 쭈꾸미는 어찌나 싱싱한지, 쫄깃하면서도 야들야들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풍부한 양념은 곤드레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쭈꾸미 볶음을 곤드레밥에 얹어 함께 비벼 먹으니, 그 맛은 가히 최고였다.

밑반찬으로 나온 포슬포슬한 계란찜도 인상적이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매콤한 쭈꾸미 볶음의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짜지 않고 간이 적당해서, 쭈꾸미 볶음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곤드레밥과 정갈한 한식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오면 정말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꼭 부모님과 함께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푸짐하게 차려진 한상차림
정갈한 밑반찬과 곤드레밥, 쭈꾸미 볶음이 조화로운 한상차림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메뉴판이 특이하게도 글자로만 적혀 있었다. 혹시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영어 메뉴판은 없는지 여쭤보니, 친절한 사장님께서 직접 메뉴를 설명해주셨다. 작은 부분이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하시는 분들이 부족해서 주문이 다소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찬을 리필하고 싶을 때도 직접 가서 받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음식 맛이 워낙 훌륭했기에, 이러한 불편함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식당을 나서며, 가게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따스한 햇살 아래, 나른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평화로워 보이던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었다.

용인에서 맛본 곤드레밥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마음의 위안을 얻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정갈한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곤드레밥이 생각날 때면, 주저 없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정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으로 남아주기를 기대해본다.

곤드레 간판이 걸린 식당 외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곤드레 간판이 인상적인 식당 외관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푸르른 풍경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곤드레밥의 향긋함과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마음의 여유까지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상에 지친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하루였다. 앞으로도 종종 곤드레밥을 먹으러 용인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는 액셀을 밟았다.

비빔밥으로 재탄생한 곤드레밥과 쭈꾸미 볶음
곤드레밥과 쭈꾸미 볶음의 환상적인 만남, 비빔밥
푸짐한 한 상
다채로운 반찬들이 풍성함을 더하는 밥상
정갈한 반찬들
정갈하게 담겨 나온, 하나하나 맛깔스러운 밑반찬
윤기가 흐르는 쭈꾸미
매콤달콤한 양념이 쭈꾸미의 풍미를 더하다
황태구이 정식
황태구이 정식의 푸짐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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