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붉게 물든 주왕산의 단풍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청송의 깊은 산골짜기, 달기약수탕의 맑은 기운이 감도는 그곳에 자리 잡은 “약수촌”이라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부터 몸에 좋은 약수로 끓인 백숙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던 터라,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렸다. 왠지 모르게 건강해질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식당 건물은 마치 버섯을 닮은 듯한 독특한 외관을 자랑했다. 시골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아늑하고 정겨운 느낌을 자아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보다 훨씬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장에는 나뭇가지와 잎사귀 모양의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토종닭 약수 백숙’이었다. 닭불고기와 닭다리백숙을 반반씩 즐길 수 있는 메뉴도 있었지만, 왠지 오늘은 제대로 된 백숙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 덕분에 사진도 분위기 있게 잘 나오는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숙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뽀얀 국물에 잠긴 토종닭과 능이버섯, 대파, 그리고 붉은 고추가 듬뿍 들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직원분께서 먹기 좋게 닭을 손질해 주셨는데, 능숙한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진한 맛.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달기약수 특유의 쇠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닭고기는 어찌나 쫄깃하고 담백한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푹 익은 능이버섯은 쫄깃한 식감과 함께 은은한 향을 더해주어, 백숙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갓김치와 깻잎 장아찌는 백숙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깻잎 장아찌를 닭고기에 싸서 먹으니, 입 안에서 풍미가 폭발하는 듯했다. 갓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시원한 맛을 더해주어, 백숙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백숙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닭죽이 나왔다. 녹두가 듬뿍 들어간 닭죽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푹 퍼진 밥알과 부드러운 닭고기가 어우러져,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닭죽 위에는 잘게 썬 김치를 올려 먹으니, 더욱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함께 주문했던 닭불고기도 맛보았다. 닭고기를 얇게 펴서 양념에 재운 후 석쇠에 구워낸 닭불고기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닭고기에 깊숙이 배어 있어,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백숙의 압도적인 맛에 살짝 가려지는 느낌이었다. 닭불고기 자체는 훌륭했지만, 백숙의 깊은 풍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청송 사과 막걸리도 한 잔 곁들였다. 사과 특유의 향긋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막걸리는, 백숙과 닭불고기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만, 단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음식과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버섯 모양의 식당 건물은 더욱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몸에 좋은 약수 기운까지 듬뿍 받아, 마음까지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 내내, 약수촌에서 맛보았던 백숙의 깊은 풍미가 입가에 맴돌았다. 청송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들러 이번에는 오리 백숙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꼭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방문해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
청송 약수촌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곳. 이곳은 분명,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특별한 맛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방문했는데, 평소 입이 짧으신 아버지께서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더욱 만족스러웠다.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가족 모두 함께 방문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