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시흥 정통의 맛을 찾아 떠난 미식, 카오 셉에서 만난 태국 맛집

며칠 전부터 묘하게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신료의 잔상이 있었다. 팍치 특유의 향긋함인지, 아니면 똠얌꿍의 시큼하면서도 매콤한 향인지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었지만, 분명 입안 가득 이국적인 풍미가 폭발하는 태국 음식이 간절했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곧장 짐을 챙겨 집 근처 태국 음식점으로 향했다.

사실 이 동네에서 태국 음식 맛집을 찾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큰 기대 없이 방문한 곳은 ‘카오 셉’이라는 작은 식당이었다. 간판을 올려다보니, 밝은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상호 아래 태국어가 함께 적혀 있어, 이곳이 제대로 된 태국 음식점임을 짐작게 했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겨우 한 테이블이 남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카오 셉 간판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카오 셉의 간판.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다채로운 태국 요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똠얌꿍, 뿌팟퐁커리, 얌운센, 쏨땀, 팟타이, 파인애플 볶음밥, 짜조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 가득했다. 뭘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결국, 가장 끌리는 메뉴 몇 가지를 골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음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팟타이였다. 볶음면 위에는 신선한 숙주와 부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옆에는 땅콩 가루와 고춧가루가 보기 좋게 뿌려져 있었다. 라임 한 조각이 곁들여져 있어, 톡 쏘는 상큼함까지 더해줄 것 같았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팟타이 특유의 쫀득한 면발과 아삭아삭 씹히는 숙주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팟타이

다음으로 맛본 것은 똠얌꿍이었다.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 안에는 새우, 버섯, 토마토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 한 입을 떠먹으니,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그리고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톡 쏘는 레몬그라스 향과 은은한 코코넛 밀크의 조화가 정말 훌륭했다. 똠얌꿍 특유의 강렬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마치 태국 현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똠얌꿍

새우 볶음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고슬고슬하게 볶아진 밥알 사이사이로 통통한 새우가 듬뿍 들어 있었다. 볶음밥 위에는 잘게 썬 오이와 토마토가 올려져 있어,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한 입 맛보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밥알에 은은하게 스며든 불맛이 볶음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다.

쌀국수

이날따라 쌀국수 면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볶음 국수를 주문했는데, 이게 웬걸,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면은 쫄깃했고, 소스는 살짝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았다. 다음 방문 때는 꼭 쌀국수를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전체적으로 음식이 약간 짠 편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태국 음식 특유의 강렬한 향신료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모든 메뉴의 가격이 저렴했다는 것이다. 이 가격에 이렇게 훌륭한 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팟타이 근접샷

식당은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테이블은 네 개밖에 없었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벽에는 태국 풍경 사진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걸려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맛있는 태국 음식을 즐기니, 마치 태국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 액자와 라탄 소재의 갓을 씌운 조명은 태국 현지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실내 인테리어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당이 협소한 탓에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았고, 서빙을 혼자 하시는 탓인지 음식 나오는 데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렸다. 특히,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처럼 붐비는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주차는 불가하여 근처 시흥유통상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주차 요금이 비싸지 않아 크게 부담은 없었다.

푸짐한 한 상 차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오 셉’은 충분히 재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팟타이, 똠얌꿍, 새우 볶음밥 등 모든 메뉴가 만족스러웠고,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하나씩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얌운센과 쏨땀은 다른 손님들의 후기가 워낙 좋아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로 찜해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왠지 모를 행복감이 밀려왔다. 마치 태국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카오 셉’은 나에게 단순한 식당이 아닌,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앞으로 태국 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카오 셉’을 찾게 될 것 같다.

팟타이 전체샷

돌아오는 길, 은은하게 풍기는 향신료 향이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시흥 에서 만난 작은 태국, ‘카오 셉’. 진정한 맛집을 발견했다는 기쁨에 휩싸여, 다음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태국 맥주 창
짜조
벽에 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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