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유럽의 어느 골목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벤건디 스테이크하우스. 며칠 전부터 기념일을 맞아 근사한 저녁 식사를 계획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어둑한 저녁, 따뜻한 빛을 내는 조명이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에 잠시 놀랐다. 하지만 곧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조와 고급스러우면서도 아늑한 인테리어 덕분에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벽면을 장식한 은은한 조명과 짙은 색감의 나무 소재는 따뜻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더했다.

자리에 앉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이 나왔다. 메뉴판을 가득 채운 다양한 스테이크 종류와 코스 메뉴들을 보니 결정 장애가 올 뻔했지만,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포터하우스 B 코스를 주문했다. 벤건디에서는 아기를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았다.
코스 메뉴의 시작을 알리는 식전 빵이 먼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은 버터와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빵 자체는 살짝 달콤한 맛이 느껴졌는데, 식전에 먹기에는 조금 단맛이 강한 듯한 느낌도 들었다.

곧이어 샐러드가 나왔다. 신선한 야채와 무화과, 그리고 발사믹 식초와 와인을 이용한 듯한 드레싱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드레싱은 너무 시큼하지도, 달지도 않은 딱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샐러드를 다 먹어갈 때쯤, 드레싱으로 인해 접시가 조금 지저분해졌는데, 파스타를 덜어먹을 집게는 제공되었지만 새 접시를 요청해야만 했다. 서비스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요리, 포터하우스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크기에 압도당하며, 윤기가 흐르는 겉면은 완벽하게 구워져 나왔고, 칼을 대는 순간 부드럽게 갈라지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레어로 주문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굽기였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과 훌륭한 풍미는 왜 이곳이 유명한 스테이크 맛집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했다.

다만, 스테이크 자체는 약간 짠 편이었다. 짠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주문 시 미리 염도를 조절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짠맛 덕분에 와인과의 궁합은 환상적이었다. 벤건디는 와인 리스트도 훌륭하니, 스테이크와 함께 와인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가니쉬도 훌륭했다. 특히 튀긴 감자 위에 올려진 크림은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스테이크를 크림에 찍어 먹으니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코스에 포함된 파스타는 해산물 오일 파스타를 선택했다.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어 만족스러웠지만, 내 입맛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다. 면은 알맞게 잘 익었고, 해산물도 탱글탱글 신선했지만, 전체적으로 간이 약한 느낌이었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크림 파스타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비스크 파스타를 많이 주문하는 것 같았는데, 12시 반쯤 방문했을 때는 이미 품절이었다.

메인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는 커피를 주문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오늘 먹었던 음식들을 되새겨보니, 벤건디는 맛, 양, 가격,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벤건디 스테이크하우스는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방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훌륭한 스테이크와 와인,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나오는 길, 은은한 조명 아래 빛나는 벤건디의 간판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압구정에서 인생 맛집을 찾았다는 만족감과 함께,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벤건디 스테이크하우스, 서울에서 특별한 스테이크 경험을 원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