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유럽 여행, 화려한 건축물과 낯선 풍경들이 눈 속에 가득했지만, 어딘가 텅 빈 듯한 허전함은 쉬이 채워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간절했던 것은, 화려한 파스타나 스테이크가 아닌, 뜨겁고 얼큰한 국물 한 그릇이었다. 마치 오랜 연인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진한 한국의 맛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음식이 필요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대충 정리하고 곧장 구로구로 향했다. 닭 한 마리 칼국수와 육전으로 유명한,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겨진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낡은 시장 건물 아래 주차를 하고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고향집으로 향하는 듯 설렘으로 가득 찼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테이블마다 큼지막한 냄비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서는 뽀얀 김이 쉴 새 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골 육수 특유의 깊고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순식간에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아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닭한마리칼국수와 육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거대한 닭한마리칼국수 냄비가 올려졌다. 뽀얀 사골 국물 위로 큼지막한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고, 쫄깃한 칼국수 면과 촉촉한 만두, 신선한 채소가 듬뿍 담겨 있었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는 듯한 푸짐한 양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3주간의 여독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했다. 진하고 깊은 사골 육수의 풍미는 혀끝을 감싸 안았고, 은은하게 퍼지는 닭고기의 감칠맛은 입 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닭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젓가락만 대도 살점이 쉽게 발라졌다. 야들야들한 닭고기를 새콤하게 익은 김치에 곁들여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닭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칼국수 면을 넣어 끓였다. 뽀얀 국물이 면에 스며들어 더욱 깊은 맛을 냈다.

테이블 한 켠에 놓인 다진 양념을 국물에 풀어 넣으니, 닭한마리칼국수는 순식간에 얼큰한 닭개장으로 변신했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닭고기 몇 점을 찢어 밥을 말아 먹으니, 든든함이 온몸을 감쌌다.
닭한마리칼국수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육전이 나왔다. 얇게 저민 소고기에 계란 옷을 입혀 부쳐낸 육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육전을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졌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은 닭한마리칼국수와 찰떡궁합이었다. 육전 한 점, 칼국수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이곳의 또 다른 숨은 메뉴는 머리고기 수육이었다. 큼지막한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머리고기 수육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이곳에서 직접 담근 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아삭하고 시원한 김치는 머리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닭한마리칼국수, 육전, 머리고기 수육까지clear해냈다. 워낙 푸짐한 양 덕분에 배가 터질 듯 불렀지만, 남길 수 없었다. 그만큼 맛 하나하나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꼭 순댓국과 닭발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가게를 나섰다. 특히, 이곳의 순댓국은 순대는 넣지 않고 오직 고기만 넣어 끓여낸다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여행 후유증을 단숨에 날려버린 닭한마리칼국수.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완벽한 식사였다. 구로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맛집이라고 하니,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하고 든든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주간 잊고 지냈던 한국의 맛,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구로구의 숨겨진 맛집. 앞으로 나의 소울푸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