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이월면, 변함없이 넓게 펼쳐진 논밭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문득 점심시간이 되니, 예전에 지나가면서 봤던 혜화동 돈까스 집이 떠올랐다. 주변이 온통 공단 지역이라, 왠지 돈까스 맛집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인상이었지만, 묘하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핸들을 돌렸다.
넓은 주차장이 인상적이었다. 주변 공단에서 일하는 듯한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가게 앞에 차를 대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에 놀랐다. 1987년부터 시작되었다는 문구가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보니, 역시 메인 메뉴는 돈까스였다. 수제 돈까스 외에도 김치볶음밥, 오므라이스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돈까스 전문점이지만, 밥류 메뉴도 꽤 인기가 있는 듯했다.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 좋았지만, 역시 처음 방문한 만큼 기본에 충실한 수제 돈까스를 주문했다. 혹시 양이 부족할까 싶어 곱빼기를 시킬까 고민했지만, 일단 보통으로 시켜보고 부족하면 더 시키기로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은 양이 꽤 많은 편이라 신중하게 주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크림 스프가 나왔다. 후추를 살짝 뿌려 한 입 맛보니,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어릴 적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스프를 먹으며 잠시 추억에 잠겨있으니, 어느새 돈까스가 나왔다.

접시에는 제법 큰 사이즈의 돈까스 두 장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돈까스 위에는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옆에는 양배추 샐러드와 마카로니 샐러드, 그리고 밥 한 공기가 함께 나왔다. 샐러드 위에는 보라색 양배추가 살짝 올려져 있어 색감을 더했다.
돈까스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돼지고기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고, 돼지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했다. 소스는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이었다. 돈까스 자체의 맛도 훌륭했지만, 소스와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돈까스와 함께 나온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했다. 살짝 느끼할 수 있는 돈까스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아삭한 깍두기를 한 입 베어 물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돈까스와 깍두기의 조합은 정말 최고였다.
샐러드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특히 마카로니 샐러드는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자꾸만 손이 갔다. 돈까스, 밥, 샐러드를 번갈아 먹으니, 정말 쉴 새 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돈까스 한 접시를 뚝딱 비웠다. 양이 꽤 많았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남길 수가 없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는 김치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가게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았다. 정기 휴일과 브레이크 타임, 라스트 오더 시간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지 않아 아쉬웠다. 예전에 일요일 점심시간에 왔다가 헛걸음했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는데,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할 뻔했다.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혜화동 돈까스. 이름처럼 서울 혜화동에서 시작된 돈까스 가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월면에서 맛보는 돈까스는 정말 특별했다. 저렴한 가격에 넉넉한 양, 그리고 훌륭한 맛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숨은 맛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다음에 이월면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김치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를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혹시 곱빼기를 시킬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보통으로도 충분히 배부르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논밭을 바라보며 혜화동 돈까스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푸근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이월면에서 만난 뜻밖의 맛집 발견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