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울산 성안동, 그 좁다란 골목길을 헤집고 들어가 만난 작은 쌈밥집. 간판은 소박했지만, 풍겨져 나오는 정겨움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낡은 나무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어쩐지 기분 좋게 들렸다.
어머니와 딸, 두 분이 운영하시는 듯했다.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은 내부는, 정갈하게 놓인 테이블과 의자들로 채워져 있었다. 푸근한 느낌을 주는 검은색 가죽 소파가 벽면을 따라 길게 놓여 있었고, 등받이의 큼지막한 단추들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했다. 테이블 위에는 놋쇠 주전자가 놓여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던 정겨운 물건 같았다.

메뉴는 단출했다. 쌈정식과 제육정식. 고민할 것도 없이 제육쌈밥정식을 주문했다. 가격은 1인분에 13,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상 가득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쌈 채소였다. 싱싱한 상추, 깻잎은 기본이고, 다시마와 톳 같은 해조류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쌈 채소의 푸짐함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쌈 채소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제육볶음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돼지고기는 윤기가 좌르르 흘렀고, 그 위에는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양파와 파, 양배추 등 다양한 채소와 함께 볶아져 풍성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맛보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의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함께 나온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다. 된장찌개 안에는 두부, 호박, 양파 등 다양한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구수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본격적으로 쌈을 싸 먹기 시작했다. 싱싱한 깻잎 위에 따뜻한 밥 한 숟가락, 매콤한 제육볶음, 그리고 쌈장을 조금 올려 크게 한 쌈.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쌉싸름한 깻잎 향과 매콤달콤한 제육볶음, 구수한 된장찌개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다시마에 쌈을 싸 먹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바다 향이 느껴지는 다시마는, 제육볶음의 매콤한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톳은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재미있었다. 다양한 쌈 채소를 번갈아 가며 쌈을 싸 먹으니, 질릴 틈이 없었다.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콩나물 무침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간도 적당해서 자꾸만 손이 갔다. 김치는 푹 익어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다른 반찬들도 모두 훌륭해서, 쌈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아쉬웠던 점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해조류, 특히 다시마에서 약간의 비린 맛이 느껴졌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 차이일 수도 있지만, 비린 맛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금 신경 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골목길에 주차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쌈 채소,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가 모든 단점을 잊게 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잘 먹었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배웅해주셨다. 마치 따뜻한 집밥을 먹고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울산 성안동, 좁은 골목길 안에 숨어있는 이 작은 쌈밥집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겹고 푸근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그런 편안한 곳이었다. 혹시 울산 성안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푸짐한 쌈 채소와 따뜻한 인심에 분명 만족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