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 장날이면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 섞여 엿이며 뻥튀기를 얻어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 장터 국밥집에서 맛보았던 진한 선지국의 구수한 풍미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다. 2026년의 어느 날, 문득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맛집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8년 전 아련한 기억을 붙잡고 함평으로 향했다.
목포로 향하는 길,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한 곳은 함평 5일 시장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식당이었다. 낡은 간판과 북적이는 사람들,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가 어우러져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식당 문을 열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 식당 안은 활기로 가득했고, 나는 마지막 남은 자리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육회낙지와 비빔밥이 대표 메뉴인 듯했다.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낙지비빔밥 2개와 육회낙지 한 접시를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갓 담근 듯 신선한 김치와 콩나물무침, 젓갈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맑은 선지국이었다.

뽀얀 국물에 큼지막한 선지가 듬뿍 들어간 선지국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시원한 무의 향과 함께 깊고 구수한 맛이 느껴졌다. 탱탱한 식감의 신선한 선지는 어릴 적 시골 잔칫날 먹었던 국밥 속 선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했다. 일반적인 선지해장국 집에서 맛보던 퍼석한 선지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육회낙지가 나왔다. 붉은 육회와 꿈틀거리는 산낙지가 어우러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육회는 보기만 해도 고소했고, 힘이 넘치는 낙지는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육회와 낙지를 함께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육회와 쫄깃한 낙지의 환상적인 조화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신선한 육회의 고소함과 낙지의 짭짤함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이어서 낙지비빔밥이 나왔다. 커다란 양푼에 밥과 함께 갖은 채소, 김 가루, 그리고 듬뿍 담긴 낙지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맛보니,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탱글탱글한 낙지의 식감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는 훌륭했고, 직접 담근 듯한 고추장의 깊은 맛은 비빔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함평 현지인은 물론,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식당은 늘 북적였다. 한쪽 벽면에는 수많은 블루리본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이 곳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푸짐한 양 덕분에 육회낙지는 조금 남았다. 남은 육회낙지는 포장해서 숙소로 가져갔다. 저녁에 컵라면과 함께 먹으니, 컵라면이 고급 요리로 변신하는 마법을 경험했다. 쫄깃한 면발과 육회낙지의 조화는 예상외로 훌륭했고,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에 감동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맛은 추억을 되살려 주었고, 넉넉한 인심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함평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이 곳에서 육회낙지와 비빔밥을 꼭 다시 맛보리라 다짐했다.
함평 5일 시장 옆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은 백종원이 방문했어도 자랑하지 않을 만큼, 묵묵히 맛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로컬 맛집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분위기는 없지만, 푸근한 정과 깊은 맛이 있는 곳이다. 장날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싱싱한 생고기와 맛깔스러운 비빔밥은 꼭 맛봐야 할 메뉴이며, 특히 직접 담근 고추장의 깊은 맛과 시원한 선지국의 조화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함평에서 맛본 육회낙지와 비빔밥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인심은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는 듯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함평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이 맛집에 들러 잊지 못할 맛의 향연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