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쉬운 마음에 서둘러 짐을 챙겨 나섰다. 마지막으로 제주를 눈에 담고 싶어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눈여겨봤던 애월의 한 카페가 떠올랐다. 이름도 예쁜 “노을리”. 그래, 마지막은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장식하는 거야!
차가 좁은 해안 도로를 따라 달렸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는 언제 봐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드디어 ‘노을리’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마치 거대한 식물원에 들어온 듯,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했다. 천장이 높은 공간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싱그럽게 자라고 있었고,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과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에 넋을 잃고 잠시 서 있었다.

카페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공간, 빈백이 놓여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바다를 향해 탁 트인 통유리창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공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숨겨진 공간들을 탐험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디에 앉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통유리 너머로 펼쳐지는 애월 바다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메뉴를 살펴보니 커피, 라떼, 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와 함께 빵, 케이크, 피자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제주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들이었다. 귤 고르곤졸라 피자, 귤 케이크, 미숫가루 라떼 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들이 가득했다.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감자스프와 귤 고르곤졸라 피자, 그리고 시그니처 메뉴인 미숫가루 라떼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에 카페 내부를 둘러보았다. 카페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고, 벽에는 멋진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갤러리에 온 듯,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카페 한쪽에 마련된 작은 기념품 코너였다. 제주를 상징하는 엽서, 액세서리, 소품 등 다양한 기념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드디어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먼저 감자스프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과 함께 나왔다. 스프는 부드럽고 따뜻했고, 감자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졌다. 심심한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자꾸만 손이 가는 매력이 있었다.

다음으로 귤 고르곤졸라 피자는 얇은 도우 위에 고르곤졸라 치즈와 귤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귤 특유의 상큼함과 달콤함, 그리고 고르곤졸라 치즈의 짭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피자 위에 뿌려진 귤꿀이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예상외의 조합이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미숫가루 라떼는 제주 보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어릴 적 할머니가 타주시던 미숫가루를 떠올리게 했다. 부드러운 우유와 미숫가루의 조화는 훌륭했고, 위에 올려진 견과류 덕분에 씹는 재미도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니,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메뉴 추천부터 시작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카페 안에는 앵무새 두 마리가 옹기종기 붙어 앉아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깃털을 가진 앵무새들은 사랑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카페의 활기를 더했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카페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둘러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루프탑에서는 애월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숨 막힐 듯 아름다웠다.

나는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순간이 아쉬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나는 노을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언젠가 꼭 다시 제주에 와서, 이 아름다운 노을을 다시 보겠다고.
카페에서 나오니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밤바다에는 잔잔한 파도 소리만 들려왔다. 나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오늘 하루, ‘노을리’에서 보낸 시간들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제주 애월에 간다면, 꼭 ‘노을리’에 들러보길 바란다. 아름다운 바다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특별한 분위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노을리’에서 샀던 엽서를 꺼내 들었다. 엽서에는 아름다운 애월 바다 사진과 함께 “See you again, Jeju”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엽서를 가만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꼭 다시 올게, 제주. 그리고 ‘노을리’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