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도를 웃도는 따스한 봄날, 문득 시원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갈비나 삼겹살처럼 흔한 외식이 아닌, 조금은 특별하고 건강한 음식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다슬기. 화순은 예로부터 동복천, 화순천, 지석천 등 맑은 물에서 자라는 다슬기를 이용한 향토 음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다슬기탕과 수제비는 화순의 대표적인 별미로 손꼽힌다. 20년 넘게 다슬기 요리를 이어온 노포, 사평다슬기수제비에서 그 깊은 맛을 느껴보기로 했다.
어디선가 다슬기 해장국을 팔아 건물을 올렸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다슬기가 귀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라는 뜻이겠지. 사평다슬기수제비는 다슬기탕, 수제비는 물론 다슬기회, 전, 무침, 비빔밥 등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이며 화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곳이라고 한다. 특히, 이 집의 다슬기탕은 20년 넘게 끓여온 내공이 담겨 있다고 하니 기대감이 컸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도착했음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화순 맛집은 다르구나 싶었다. 넓은 홀은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하게 떨어져 있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나무 의자와 테이블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천장의 밝은 조명이 공간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다슬기탕, 다슬기수제비, 다슬기전 등 다양한 다슬기 요리가 눈에 띄었다. 다슬기닭백숙도 있었는데, 한 시간 전에 미리 주문해야 한다고. 우리는 다슬기수제비와 다슬기 메밀전을 주문했다.

주문 후,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콩나물무침, 깍두기, 배추김치, 그리고 특이하게도 삶은 다슬기가 작은 접시에 담겨 나왔다. 앙증맞은 크기의 다슬기를 이쑤시개로 하나하나 꺼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릴 적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삶은 다슬기는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반찬 다슬기는 리필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슬기수제비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다진 다슬기와 부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저으니, 국물 아래에도 다슬기가 가득 깔려 있었다. 된장 베이스의 국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고, 다슬기 특유의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첫 숟갈을 입에 넣는 순간, 온몸에 시원함이 퍼지는 듯했다. 된장의 구수함과 다슬기의 쌉쌀한 맛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 국물이 정말 진하고 시원했다. 특히, 청양고추 다대기를 살짝 넣어 먹으니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땀이 삐질삐질 솟아오르는 매콤함이 잃었던 입맛을 되살려주는 듯했다. 수제비는 손으로 직접 뜬 듯 다소 두께감이 있었지만, 쫄깃한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이어서 다슬기 메밀전이 나왔다. 얇게 부쳐진 메밀전 위로 다진 다슬기와 부추, 홍고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찢어 입에 넣으니, 메밀의 고소함과 다슬기의 쌉쌀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다슬기는 간을 보호하고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전날 과음했던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속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동네 어르신들이 왜 이곳에 모여 식사를 즐기는지 알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후기에서처럼, 다슬기의 양이 다소 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또한,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이 메인 요리에 비해 다소 평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겉절이 김치는 신선함이 부족했고, 포장에는 반찬이 부실하게 제공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웨이팅이 길어질 수 있고, 서비스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주문을 받는 외국인 직원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일부 직원의 불친절함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평다슬기수제비는 화순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슬기 특유의 시원하고 건강한 맛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다슬기닭백숙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당을 나서며, 사평천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뱃속 가득한 다슬기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듯했다. 화순에 방문한다면, 사평다슬기수제비에서 다슬기의 향긋한 속삭임을 느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