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설레는 도시. 계획도시라는 세련된 이미지 뒤에 숨겨진 맛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언제나 즐겁다. 이번에는 어반아트리움, 다소 썰렁하다는 평을 듣는 이 상권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라쎄종’을 방문했다. 세종에서 프랑스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평소 프랑스 가정식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던 나는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브라운톤의 나무로 마감된 입구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313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간판은 마치 비밀 아지트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담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아늑한 조명과 은은한 음악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코스 메뉴와 단품 메뉴가 있었는데, 나는 그날의 코스 B를 선택했다. 비프 웰링턴은 미리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는 정보에 아쉬움을 삼키며 다음을 기약했다.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식전 빵이 나왔다. 따뜻하게 데워진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함께 나온 버터를 발라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가 식욕을 돋우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양송이 스프였다. 부드러운 크림과 깊은 버섯 향이 어우러진 스프는, 내가 지금껏 먹어본 양송이 스프 중 단연 최고였다. 스프를 한 입, 한 입 음미할 때마다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프랑스 어느 작은 마을의 가정집에서 맛보는 듯한 그런 깊고 편안한 맛이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프로방스 감바스였다. 붉은 빛깔의 통통한 새우와 신선한 허브가 어우러진 감바스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올리브 오일에 빵을 적셔 새우와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풍미가 폭발했다. 특히 감바스에 들어간 마늘은 느끼함을 잡아주고, 알싸한 풍미를 더해줘서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넉넉하게 제공된 빵 덕분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즐길 수 있었다.

메인 요리는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오리 가슴살은, 부드러운 브라운 소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칼을 대는 순간 느껴지는 부드러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특히, 곁들여진 가니쉬는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주었다.
나는 원래 스테이크를 미디엄 레어로 즐기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굽기 정도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하게 구워진 스테이크는 전혀 질기지 않았고, 오히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셰프의 숙련된 기술과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왔다. 대추 브라우니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합은 완벽했다. 달콤한 브라우니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직접 만들었다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은은한 바닐라 향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디저트를 맛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니, 비로소 완벽한 식사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 훌륭한 코스 요리를 이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종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을 것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가 잘 들렸고,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마치 일반 사무실에 오픈 키친을 만들어 놓은 듯한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조금 아쉬웠다. 또한, 몇몇 후기에서 물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물통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깔끔했고, 직원분들도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라쎄종은 완벽한 오픈 키친을 자랑한다. 요리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은 신뢰감을 높여주었다. 또한, 주방의 위생 상태도 매우 깨끗했다. 셰프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나는 이곳에서 사과 레몬 에이드를 주문했는데, 다른 테이블에는 타임 장식이 올라간 것에 비해 내 음료에는 없었다. 또한, 컵에 음료가 묻어 끈적거리는 부분도 있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몇몇 후기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메뉴를 설명해주셨고, 식사 후에도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주셨다. 물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서비스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라쎄종은 음식 맛은 훌륭하지만, 서비스와 분위기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가격 대비 훌륭한 퀄리티의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메리트이다. 세종에서 특별한 날,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라쎄종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저녁이었다. 레스토랑 근처의 파노라믹 뷰 카페 ‘플레져’에 들러 세종시의 야경을 감상하고,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라쎄종에서의 맛있는 저녁 식사는, 세종에서의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음에는 꼭 비프 웰링턴을 예약해서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세종 맛집 탐방기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