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눅눅한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부산의 저녁. 원래는 해운대통바지에 가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그곳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바로 눈앞에 빛나는 간판, “고기굽는남자”가 나를 부르고 있었으니까.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고굽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이끌림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후 5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테이블이 거의 꽉 차 있었다. 10개가 넘는 테이블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다행히 한자리가 남아있어 기다림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삼겹살과 목살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본 구성이 차려졌다. 밑반찬들이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어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곳만의 특별한 서비스인 조개탕이었다. 뽀얀 국물 위로 넉넉하게 올라간 배추와 팽이버섯, 그리고 시원한 맛을 더해줄 큼지막한 꽃게까지. 보기만 해도 속이 확 풀리는 듯했다. 테이블에 놓인 버너 위에 조개탕이 올려지고, 은은하게 끓기 시작했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고기가 익기 전, 뜨끈한 조개탕 국물로 먼저 속을 달래주니, 온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기가 등장했다. 두툼한 통삼겹살과 목살 위에는 칼집이 섬세하게 들어가 있었다. 칼집 덕분에 겉은 더욱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을 것 같았다. 고기 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직원분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셨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젓가락만 들고 기다릴 수 있었다. 전문가의 손길로 구워지는 고기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기가 맛있게 익어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은 육즙이 좔좔 흘렀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셨다. 첫 점은 소금에 살짝 찍어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풍미.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기의 깊은 맛은, 왜 이곳이 구서동 맛집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시켜 주었다.
잘 구워진 고기와 아삭아삭한 콩나물 무침의 조합은 가히 최고였다.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콩나물 무침은, 느끼할 수 있는 삼겹살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깻잎에 삼겹살, 콩나물 무침, 그리고 마늘까지 올려 한 쌈 가득 싸서 먹으니,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듯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정말 쉼 없이 먹었다. 먹는 동안, 직원분들은 테이블을 수시로 확인하며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셨다. 야채와 밑반찬은 말할 것도 없이 바로바로 리필해주셨다. 요즘 흔한 셀프 코너 없이, 이렇게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고기를 다 먹고, 식사 메뉴로 게장 내장 비빔밥을 주문했다.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후식으로 된장말이밥도 먹었는데, 구수한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직원분께서 추천해주신 냉국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은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고기굽는남자”에서는 고기뿐만 아니라, 껍데기도 맛볼 수 있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돼지 껍데기는, 콜라겐이 풍부하여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콩가루에 찍어 먹으니, 고소함이 두 배가 되었다. 다음에는 딸과 함께 와서, 딸은 갈매기살과 돼지껍질을 먹고, 나는 삼겹살을 먹어야겠다. 특히 이곳 직원분들은 정말 친절하다. 고기를 구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각 부위별로 굽는 시간 조절까지 완벽하게 해주신다. 고기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주셔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목에 아이스팩도 주시는 센스! 덕분에 시원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칭찬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친절한 서비스와 편안한 분위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고기 맛이 “매우 좋다”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나올 때의 느낌은 재방문 200%였다.

계산을 하면서 직원분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직원분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가게를 나서니, 어느새 비는 그쳐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거리를 걸으며, 오늘 저녁 식사에 대한 만족감을 곱씹었다. 구서동에 이런 맛집이 숨어 있었다니. 역시, 맛집은 우연히 발견하는 법인가 보다.

아, 주차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 가게 앞에 주차 공간이 없기 때문에, 구서 지하철역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다음에는 꼭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겠다. 그리고, 대구에 있는 본점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 “고기굽는남자”, 앞으로 나의 단골 구서동 맛집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