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얄궂게도 2박 3일 내내 부산을 따라다녔다. 촉촉한 낭만은커녕, 우산마저 무력하게 만드는 억수 같은 비. ‘이런 날씨에 무슨 여행이야’ 투덜거렸지만, 애써 잡은 휴가와 숙소를 취소할 수는 없었다. 숙소 근처, 장산에 아담한 이자카야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무작정 택시를 잡아탔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택시 창밖은 온통 뿌옇게 번져갔다.
“기사님, 햇살공원 앞에서 내려주세요.”
택시 기사님은 빗속을 뚫고 베테랑답게 스게 바로 앞에 내려주셨다. 궂은 날씨에도 친절을 잃지 않으신 기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서둘러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습한 공기와 빗소리는 잊혀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벽면 가득 붙은 일본 포스터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후쿠오카 뒷골목의 작은 선술집에 순간 이동한 듯한 기분이었다.

마침 예약석 외에 딱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젖은 옷을 대충 털고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나베, 오코노미야끼, 꼬치, 사시미 등 다양했는데,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여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스게 랭킹 1위’라는 문구가 적힌 나베였다. 얼큰한 국물에 왠지 모를 끌림을 느껴 나베와 함께 모듬 꼬치, 그리고 이곳의 명물이라는 레몬 하이볼을 주문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레몬 하이볼이 나왔다. 얇게 슬라이스 된 레몬이 층층이 쌓여 마치 탑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었다. 사진을 연신 찍어대며 감탄하고 있으니,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맛있게 마시는 법을 설명해주셨다. 긴 빨대로 아래쪽 레몬을 살짝 들어 올려 마시면 더욱 상큼하다고 했다. 시키는 대로 마셔보니, 톡 쏘는 탄산과 레몬의 상큼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꿉꿉했던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듯했다.

뒤이어 등장한 모듬 꼬치는 비주얼부터 합격점이었다. 닭껍질, 삼겹살, 염통, 닭다리살 등 다양한 종류의 꼬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다. 꼬치 하나하나 정성껏 구워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특히 닭껍질 꼬치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삼겹살 꼬치는 육즙이 풍부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나베가 등장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버너에 불을 켜고 나베를 끓이기 시작했다. 뽀얀 육수가 끓어오르면서 매콤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나베 안에는 숙주, 배추, 팽이버섯, 어묵, 대패삼겹살 등 푸짐한 재료가 가득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눅눅했던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듯했다. 특히 대패삼겹살은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아삭한 숙주와 쫄깃한 어묵은 씹는 재미를 더했다. 나베 육수는 무한리필이라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정신없이 나베를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오코노미야끼가 눈에 들어왔다. 도라에몽 얼굴 모양으로 만들어진 오코노미야끼는 너무나 귀여워서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다음에는 꼭 오코노미야끼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활짝 웃으며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덕분에 비 오는 날, 기분 좋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사장님은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셨다.
스게를 나서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축 처지는 기분은 아니었다. 따뜻한 나베 국물과 상큼한 레몬 하이볼 덕분에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 기분이었다. 부산에 다시 온다면, 스게는 꼭 다시 방문해야 할 해운대 최고의 장산 맛집이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다양한 메뉴를 맛봐야겠다. 그때는 꼭 도라에몽 오코노미야끼를 먹어야지!

총평: 스게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나베는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며, 모듬 꼬치는 다양한 종류의 꼬치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레몬 하이볼은 상큼한 맛과 예쁜 비주얼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장산 주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장산 맛집이라고 하니,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다만, 인기가 많아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정취를 느끼며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면, 스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스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
* 나베: 스게의 대표 메뉴.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육수 무한리필!
* 모듬 꼬치: 닭껍질, 삼겹살, 염통 등 다양한 종류의 꼬치를 맛볼 수 있다.
* 레몬 하이볼: 상큼한 레몬과 톡 쏘는 탄산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 오코노미야끼: 귀여운 도라에몽 모양으로 만들어져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다.

스게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는 공간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게에서의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하여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장산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스게의 번창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