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 해 온, 추억이 깃든 식당이 있다. 7살 어린아이였던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처음 방문했던 그곳은 세월이 흘러 어엿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나의 발길을 이끄는 마성의 공간이다. 대전 오정동 큰 길가에 자리 잡은 맛집, 바로 ‘구들마루’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 깊은 맛이 그리워, 익숙한 골목길을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낡은 벽돌 건물과 빛바랜 간판이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세련된 요즘 식당들과는 거리가 멀지만, 왠지 모를 편안함과 푸근함이 느껴진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식당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식탁형 테이블로 모두 바뀌어 있었다.

벽 한쪽에 걸린 메뉴판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색이 바래 있었지만 한눈에 쏙 들어왔다. 닭도리탕과 곱창전골, 단 두 가지 메뉴만이 오랫동안 이 곳을 지켜왔음을 짐작하게 했다. 예전에는 닭볶음탕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은 고민할 것도 없이, 나의 오랜 소울푸드인 곱창전골을 주문했다. 메뉴판 옆에는 큼지막하게 ‘금연’ 표시가 붙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앙증맞은 그림과 함께 음료 가격이 적혀 있었다. 펩시 콜라를 판매하는 점도 눈에 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놓였다. 콩나물무침, 깍두기, 그리고 이름 모를 나물 무침까지,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곱창전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얕은 냄비 가득 담긴 곱창전골 위에는 싱싱한 미나리, 콩나물, 팽이버섯, 다진 마늘, 그리고 고춧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마치 꽃이 활짝 핀 듯한 아름다운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은 나의 침샘을 자극했고,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곱창전골을 바라보며, 어서 빨리 맛보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다진 마늘의 알싸한 향이 더욱 강렬하게 퍼져 나왔다. 드디어 시식의 시간! 국물 한 숟갈을 떠서 입안에 넣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온몸을 휘감았다. 텁텁함 없이 맑고 개운한 국물은 마치 잘 끓인 민물 매운탕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곱창은 잡내 없이 깔끔했다. 곱이 가득 차 있지는 않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미나리와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은 곱창전골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곱창, 야채, 국물을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정신없이 곱창전골을 흡입했다.

어느 정도 곱창전골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곱창전골의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 아니겠는가. 직원분께서 남은 곱창전골 국물에 밥과 김치, 김 가루, 참기름 등을 넣고 맛있게 볶아주셨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볶음밥은 그 냄새만으로도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잘 볶아진 볶음밥 한 숟갈을 떠서 입안에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볶음밥 속에는 잘게 잘린 곱창과 야채들이 씹히는 재미를 더했다. 볶음밥을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볶음밥을 먹는 동안,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문득 예전에는 이 자리에 구들장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구들마루’였을까? 어릴 적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가게 이름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게 된 것 같았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구들마루. 어쩌면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나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특별한 공간인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나는 종종 이곳을 찾아, 맛있는 곱창전골을 먹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곤 할 것이다. 비록 대중교통으로는 찾아오기 다소 불편하지만, 넉넉한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물론, 주말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구들마루에서는 곱창전골 외에도 닭도리탕도 인기 메뉴다. 매콤한 양념에 푹 익은 닭고기와 감자의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다음번 방문 때는 닭도리탕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준비되어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구들마루는 나의 인생 맛집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대전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