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행 I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내가 며칠 전부터 춘천 닭갈비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춘천 하면 닭갈비, 닭갈비 하면 춘천 아니겠는가. 춘천역에 내려 렌터카를 빌려 곧장 오늘의 목적지, 춘천에서도 숨은 맛집으로 통한다는 ‘원조숯불닭불고기’ 집으로 향했다.
사실 춘천에는 닭갈비 골목도 있고, 워낙 유명한 닭갈비집들이 많지만, 이번에는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진짜 맛집을 가보고 싶었다. 춘천에 사는 지인이 강력 추천한 곳이 바로 이곳, 원조숯불닭불고기였다. 1961년부터 시작된 노포의 깊은 맛을 느껴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춘천중앙초등학교 인근, 좁은 골목길에 자리 잡은 식당은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간판에 큼지막하게 적힌 “원조숯불닭불고기”라는 글자가 이곳의 역사를 웅변하는 듯했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식당 앞에는 이미 여러 팀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약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2층으로 안내받았다.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고, 좌식 테이블도 있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환풍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숯불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북적거림과 냄새마저도 맛집의 운치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메뉴판을 보니 뼈 없는 닭갈비, 뼈 있는 닭갈비, 간장 닭갈비, 닭내장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우리는 뼈 없는 닭갈비 2인분과 간장 닭갈비 1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밑반찬이 차려졌다. 밑반찬은 소박했지만, 닭갈비와 곁들여 먹기 좋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싱싱한 상추와 깻잎, 쌈장, 마늘, 그리고 닭갈비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부추무침이 나왔다. 특히,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부추무침은 닭갈비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갈비가 나왔다. 숯불 위에 닭갈비를 올리니,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양념된 닭갈비는 금방 타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뒤집어줘야 했다. 마치 10초에 한 번씩 뒤집어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생긴 듯, 우리는 젓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잘 익은 닭갈비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숯불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닭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양념은 너무 강하지 않고,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져 닭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살려주었다. 특히, 깻잎에 닭갈비와 부추무침, 마늘을 올려 쌈으로 먹으니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 아, 이래서 다들 숯불 닭갈비를 먹으러 춘천에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간장 닭갈비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간장 양념이 닭고기에 깊숙이 배어 있어, 숯불 향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뼈 없는 닭갈비는 먹기 편해서 좋았고, 뼈에 붙은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닭갈비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시원한 막국수가 당겼다. 이곳 막국수에는 특이하게 설탕이 함께 나오는데, 살짝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고 한다. 막국수를 비벼 한 입 먹으니, 쫄깃한 면발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닭갈비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막국수는 닭갈비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닭갈비를 먹고 남은 숯불에 된장찌개를 끓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닭갈비를 먹고 나니, 어느새 배가 빵빵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40분이나 기다려 먹었는데, 이렇게 금방 먹어버리다니. 다음에는 닭내장과 오돌뼈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식당을 나섰다.
식당을 나오니,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춘천 맛집은 아무나 쉽게 맛볼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춘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좀 더 서둘러서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원조숯불닭불고기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춘천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숯불 향 가득한 닭갈비와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춘천의 숨은 맛집을 발견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춘천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닭갈비의 여운을 곱씹었다. 숯불 향과 함께 춘천의 정취를 가슴에 담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