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 묵직한 코트를 여미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을지로3가,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힙스터들의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드는 곳. 오늘 저녁은 흑백요리사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숨겨진 맛집, ‘더시옷’에서 특별한 파스타를 맛보기로 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은은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초록색 별 장식이 더욱 아늑하게 느껴졌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적당히 떨어져 있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마치 해외 어느 작은 레스토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벽면에 걸린 흑백 사진들과 빈티지한 소품들이 레트로 감성을 더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파스타, 스테이크, 피자 등 다양한 이탈리안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흑백요리사와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는 셰프의 화려한 이력이 적힌 메뉴 설명에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트러플 파스타, 단호박 피자, 고추장 로제 파스타… 고민 끝에,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단호박 피자와 생 트러플 파스타, 그리고 한국인 입맛을 저격한다는 고추장 로제 파스타를 주문했다. 와인 페어링에 일가견이 있다는 이야기에 하우스 와인도 한 잔 곁들이기로 했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이 중세 시대에서 온 듯한 독특한 물잔에 시원한 물을 따라 주었다. 레스토랑 컨셉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했지만, 묘하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컵이 멋스럽게 느껴졌다. 곧이어 따끈한 식전 빵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을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으니, 입맛이 확 돋았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단호박 피자였다. 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피자의 비주얼은 감탄을 자아냈다. 노란 단호박과 하얀 치즈, 그리고 녹색 채소가 어우러진 색감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얇은 또띠아 도우 위에 단호박 무스와 꿀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은은한 계피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한 입 베어 무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단호박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꿀의 달콤함과 계피의 향긋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도우는 또띠아처럼 얇아서 부담스럽지 않았고, 단호박의 달콤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생 트러플 파스타였다. 검은 접시 위에 소복하게 쌓인 파스타 위로 트러플 슬라이스가 아낌없이 뿌려져 있었다. 진한 트러플 향이 코를 찌르며 식욕을 자극했다. 파스타 면은 탱글탱글한 알단테로 삶아져 씹는 재미를 더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트러플의 풍미는 정말 황홀했다. 34,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트러플의 느끼함을 잡아줄 피클이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고추장 로제 파스타는 붉은 빛깔이 강렬했다. 익숙한 듯 매콤한 향이 침샘을 자극했다. 링귀네 면은 소스를 듬뿍 머금어 촉촉했고, 묵직한 로제 소스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았다.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매운맛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흑백요리사 셰프가 왜 한국인들의 입맛을 잘 아는지 알 수 있었다.
와인 한 잔을 곁들이니, 음식의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하우스 와인은 가볍고 상큼한 맛으로, 모든 요리와 잘 어울렸다. 특히 단호박 피자와의 조합은 최고였다. 달콤한 피자와 상큼한 와인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황홀경을 선사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레스토랑 안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친구들과 모임을 갖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종종 들리는 종소리는 테이블마다 준비된 벨을 누르면 직원들이 즉각 응대하는 시스템이었다. 필요한 순간에 직원을 호출할 수 있어 편리했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는 길, 아쉬움이 가득했다. 맛있는 음식과 아늑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저녁 식사였다. 다음에는 트러플 뇨끼와 채끝등심 스테이크를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을지로에서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다면, 혹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파스타를 즐기고 싶다면, ‘더시옷’을 강력 추천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후기에서처럼 음식 맛의 편차가 조금 있는 듯했다. 라구 파스타가 짜다는 평도 있었고, 단호박 피자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작은 화로를 제공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하는데, 이 때문에 환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시옷’은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흑백요리사 출신 셰프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아늑하고 세련된 분위기는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다음 방문 때는 다른 메뉴들도 하나씩 맛보며, ‘더시옷’의 숨겨진 매력을 더욱 깊이 느껴보고 싶다. 을지로3가 숨은 보석 같은 파스타 맛집 ‘더시옷’,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