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따라 차창 밖 풍경은 점점 더 푸르러졌다. 목적지는 오천리순두부. 소문으로만 듣던 그 맛을 찾아,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들어갔다. 천주교 어은공소 입구, 진안과 장수 사이 도로변에 자리 잡은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1880년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온 신자들이 모여 살던 역사 깊은 어은공소 옆이라니, 왠지 모르게 경건한 마음마저 들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도착했음에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자리가 없을 뻔했다.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정겨운 시골집 분위기 그대로였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옹기종기 밑반찬들이 놓여 있었는데, 갓 담근 듯한 생김치와 상추 겉절이가 눈에 띄었다. 특히 콩비지는 고소한 냄새를 폴폴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다.

메뉴판을 보니 순두부찌개와 청국장이 가장 눈에 띄었다. 얼큰한 순두부와 구수한 청국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자니, 옆 테이블의 단골 손님이 “얼큰! 얼큰!”하며 순두부를 추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얼큰 순두부와 청국장을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 후,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뚝배기에 담긴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뽀얀 순두부 위로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된장 베이스의 구수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첫 숟갈을 뜨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들깨 향에 감탄했다. 흔히 먹던 고추기름 듬뿍 들어간 순두부찌개와는 전혀 다른, 깔끔하면서도 고소한 맛이었다. 국산콩으로 직접 만든다는 순두부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바지락은 세 개 정도 들어있었지만, 국물 맛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콩비지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였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고, 찌개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생김치와 상추 겉절이 역시 찌개와의 궁합이 환상적이었다. 특히 겉절이는 갓 버무려져 나와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다만, 김치를 포함한 반찬들이 전체적으로 조금 짠 편이었지만, 밥과 함께 먹으니 간이 딱 맞았다.

청국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쿰쿰한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고, 된장 베이스에 구수한 맛이 강했다. 순두부찌개와 마찬가지로, 청국장에도 들깨가루가 들어가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건강해진 기분이었다. 조미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역시나 두부도 직접 만드신다고 했다.
오천리순두부는 흔히 알려진 유명 순두부집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한 손맛이 느껴지는 순두부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마치 옛날 시골 마을 잔칫집에 다녀온 듯한 따뜻한 기분마저 들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진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안에 올 일이 있다면, 오천리순두부에서 푸짐하고 든든한 순두부 한 끼를 꼭 맛보시길 추천한다. 특히 들깨 향 가득한 순두부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참고로, 이곳은 점심 장사만 한다고 하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주말에는 비교적 사람이 적다고 하니, 드라이브 겸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그리고 순두부찌개 외에도 도토리묵밥도 인기 메뉴라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꼭 한번 맛봐야겠다. 묵밥은 공장용 묵을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오래된 장소의 맛은 그대로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오천리순두부는 소양순두부와는 또 다른, 숨겨진 찐 맛집이었다. 낭성이 화심순두부라면, 여성은 바로 이곳 오천리순두부라고나 할까. 진안 막걸리와 함께 즐기면 더욱 훌륭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그리고 후식으로 맛있는 한과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비지를 돈을 받고 파는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워낙 맛과 양이 훌륭하기에,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나오는 길에 이모님께 겉절이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만든 두부”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이야말로 오천리순두부의 맛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오천리순두부, 진안에서 만난 인생 순두부 맛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