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왁자지껄한 시장 골목을 누비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좁은 통로를 비집고 들어가면 펼쳐지던 다채로운 풍경, 활기 넘치는 상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맛있는 냄새들. 그 모든 것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나에게 시장이라는 공간을 특별하게 각인시켰다. 어른이 된 후에도 가끔씩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시장을 찾곤 한다. 이번에는 안양 남부시장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고기 맛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린 시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변함없이 북적이는 사람들, 좌판에 가득 쌓인 신선한 채소와 과일들, 그리고 모락모락 김을 내뿜는 길거리 음식들. 그 풍경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 내가 찾아온 “남부정육식당”이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이곳은 이미 안양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낡은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큼지막하게 쓰인 “남부식당 정육”이라는 글자는 어딘가 모르게 정겹고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간판 옆에는 “한우암소 국거리 한 팩 20,000원”이라는 손글씨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마치 오랜 단골에게만 살짝 귀띔해주는 듯한 친근함이랄까.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에 조금 놀랐다.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지 않은 좁은 공간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어서 오세요!”라는 우렁찬 인사가 귓가를 때렸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묘한 활력이 느껴졌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정육식당답게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꽃등심, 토시살, 제비추리 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부위들도 눈에 띄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꽃등심과 육회, 그리고 육사시미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쉴 새 없이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넉넉하게 담긴 김치와 깍두기, 싱싱한 쌈 채소, 그리고 독특하게도 곱창김이 함께 나왔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고깃국이었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어 넣은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국물은 밥을 절로 부르는 마성의 맛이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등심이 등장했다. 선홍빛 색깔에 촘촘하게 박힌 마블링은 보기만 해도 황홀했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 꽃등심을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구워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니, 세상에, 이런 맛은 처음이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었다.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쫄깃한 식감은 혀를 즐겁게 했다. 신선한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이어서 육회와 육사시미가 나왔다. 붉은 빛깔이 감도는 육회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한 입 맛보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달콤한 배의 조화는 환상적이었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쫄깃함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육사시미 역시 신선함 그 자체였다. 찰진 식감과 은은한 단맛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서비스로 함께 제공된 곰탕 국물은 육사시미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마치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시장에서 밥을 먹던 추억이 떠오르는 듯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는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저 멀리에서는 해장국을 시켜 후루룩 마시는 어르신의 모습도 보였다. 그 모든 풍경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활기 넘치는 분위기는 남부정육식당만의 매력이었다.

정신없이 고기를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고기와 김치, 밥을 함께 볶아 만든 볶음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볶음밥에 들어간 소고기는 3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훌륭했다. 볶음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배가 불렀지만,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꽃등심, 육회, 육사시미, 볶음밥, 맥주까지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5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나왔다. 이 가격에 이렇게 훌륭한 퀄리티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현금으로 결제하니, 찌개용 돼지고기를 서비스로 주셨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푸근한 미소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남부정육식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시장 골목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서, 시장을 한 바퀴 더 둘러보기로 했다. 떡볶이, 순대, 튀김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왔던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남부정육식당은 단순히 저렴하고 맛있는 고기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안양 남부시장의 역사와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푸근한 인심,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맛은 나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앞으로도 가끔씩 시장에 들러 남부정육식당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곤 할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 내가 경험한 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안양 남부시장은 나에게 그런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고마운 공간이다. 그리고 남부정육식당은 그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준 아름다운 맛집이다.

만약 당신이 저렴하면서도 퀄리티 좋은 소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안양 남부시장의 남부정육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그곳에서는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정겨운 분위기와 따뜻한 인심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그분들께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