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날, 문득 잊고 지냈던 베트남의 향기가 그리워졌다. 쨍한 햇볕 아래 야자수가 늘어선 거리를 걷는 대신, 창원 가로수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기로 했다. 몇 번을 지나쳤던 베트남 음식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낯선 듯 익숙한 향신료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마치 짧은 순간이나마 베트남 어느 골목길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벽 한쪽에는 베트남 전통 모자인 ‘농’이 걸려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테이블에 놓인 패드를 통해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쌀국수, 분짜, 볶음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사진과 함께 나열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가장 대표적인 메뉴인 쌀국수와, 평소 즐겨 먹는 분짜를 주문하기로 했다. 팟타이도 맛있다는 이야기에, 추가로 주문해 보기로 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쌀국수가 먼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고수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쌀국수 특유의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숙주, 향긋한 고수가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테이블 한켠에는 양파 절임이 놓여 있었는데, 4명이서 먹기에는 다소 양이 적었다.
곧이어 분짜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넉넉하게 담긴 분짜는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돼지고기, 신선한 채소, 튀김, 그리고 쌀국수 면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양이 푸짐해서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채소 중에 간혹 시든 잎이나 냉해를 입은 듯한 잎이 보였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조금 더 신경 쓴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것 같았다.

분짜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쌀국수 면과 채소를 듬뿍 집어, 새콤달콤한 느억맘 소스에 푹 담근다. 그리고 돼지고기와 함께 입안으로 직행!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돼지고기의 풍미와,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 쫄깃한 쌀국수 면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평소 고수를 즐겨 먹는 나는, 직원분께 고수를 조금 더 요청드렸다. 그랬더니 작은 종지에 담아 가져다주셨다. 조금 더 달라고 부탁드리니, 아기 종지 하나를 더 가져다 주셨다. 넉넉한 인심에 감사했지만, 고수를 듬뿍 넣어 먹고 싶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함께 주문했던 팟타이는 정말 훌륭했다. 볶음면 위에 뿌려진 땅콩 가루와, 새우, 숙주, 계란 등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특히 면발이 쫄깃하고, 소스가 제대로 배어 있어 정말 맛있게 먹었다. 팟타이는 꼭 추가해서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무알콜 맥주가 준비되어 있었고, 원한다면 외부에서 맥주를 사 와서 마실 수도 있다고 한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식사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즐겼던 오늘 하루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창원 가로수길에서 만난 작은 베트남, 그곳에서 나는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가게 내부는 아늑하고, 베트남 현지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벽에 걸린 ‘농’이나, 테이블 위에 놓인 베트남 스타일의 식기들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조금 정신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부분이다.

이곳의 메뉴들은 전체적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퓨전화된 느낌이었다. 쌀국수도, 분짜도, 현지의 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베트남 음식이라는 점이 이 가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볶음밥과 공심채 볶음이 맛있었다는 후기를 눈여겨봤었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 닭목살 튀김 역시 맛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왠지 맥주와 함께 먹으면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다. 아쉽게도 이번 방문에서는 맛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도전해봐야겠다.
계산을 하면서 보니, 이곳은 체인점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음식의 퀄리티와 양을 생각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창원에서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먹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아, 그리고 한 가지 팁! 이곳은 창원 핫플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 대기 시간이 길 수 있다. 특히 주말 저녁 시간에는 더욱 붐비는 것 같으니, 방문 전에 미리 예약을 하거나,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태국에서 먹었던 팟타이의 맛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먹었던 팟타이보다 훨씬 맛있었다는 어느 방문객의 후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 꼭 다시 태국에 가서, 현지의 팟타이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전에 이곳에 다시 방문해서, 팟타이를 또 먹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다.

베트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늑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잠시나마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곳. 창원 가로수길 맛집에서 나는 오늘도 행복한 추억을 한 페이지 더 써내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