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약속 장소인 ‘대담히’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대구 고성동 먹자골목 끝자락, 그곳에 자리 잡은 이자카야는 어떤 맛과 분위기로 나를 맞이할까. 3년이나 된 곳인데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맛집 탐험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전체 벽면이 유리로 마감되어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면서도, 어둑한 실내가 아늑함을 더했다. 마치 도시의 번잡함과는 동떨어진,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모던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요즘 노래들은 공간을 더욱 트렌디하게 만들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다양한 메뉴 구성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듬 사시미부터 메로구이, 해물짬뽕까지,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메뉴들로 가득했다. 고심 끝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메로구이와 신랑 추천이라는 해물짬뽕을 주문했다. 술은 어떤 걸로 할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깔끔하게 월계관 준마이 사케로 시작하기로 했다.

주문한 월계관 준마이가 먼저 나왔다. 맑고 청량한 사케 한 잔을 입에 머금으니, 은은한 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로구이가 등장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메로구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에 감탄했다. 촉촉한 메로살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했고, 은은하게 퍼지는 불향은 풍미를 더했다. 과연 ‘압권’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메로구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차돌박이 해물짬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붉은 국물 위로 푸짐하게 올라간 해산물과 차돌박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뜨끈한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을 감쌌다. 차돌박이의 고소함과 해산물의 시원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면발은 쫄깃했고, 국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졌다.
음식을 맛보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6시가 넘으니 어느새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맛있는 곳은 다들 알아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손님이 많아지니 매장 안은 다소 시끄럽게 느껴졌다. 전체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소리가 울리는 탓인지, 대화 소리가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좋은 분위기 덕분에, 시끄러움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사케를 추가 주문하려 하자, 직원분이 지금 주문하려는 사케가 몇 병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었다. 잠시 기다리면 본점에서 가져다줄 수 있다고 했지만, 30분 넘게 걸린다는 말에 다른 사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꼭 미리 사케 재고를 확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메로구이와 해물짬뽕을 깨끗하게 비우고, 아쉬운 마음에 소고기 타다끼를 추가로 주문했다. 사진에서 보듯, 얇게 썰린 소고기 위에 신선한 채소와 소스가 곁들여져 나왔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소고기의 풍미와 상큼한 소스의 조화가 훌륭했다. 곁들여진 채소는 신선함을 더했고,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가격 대비 양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 건 아쉬웠다. 다음에는 2차로 방문해서 가볍게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영수증 리뷰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당연히 우리가 먹은 영수증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계산 전에 아무 영수증이나 주는 것이었다. 이미 참여하겠다고 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참여했지만,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분은 조금 개선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대담히’는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분위기, 맛, 서비스 모두 훌륭했고,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플레이팅이 인상적이었다. 직원분들의 친절함 또한 기분 좋은 경험을 더했다. 데이트나 가족 식사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전용 주차 공간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주변 골목에 주차할 공간은 있지만, 조금 걸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대담히’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빛나는 ‘대담히’의 외관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덕분에,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 먹어보지 못한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며칠 전 친구들과 방문했을 때 너무 시끄러웠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날은 유독 손님이 많았던 탓일까. 하지만 오늘은 적당한 활기가 느껴지는 정도였다. 가게의 분위기는 그날의 손님 구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또 다른 날, 레몬 하이볼과 모히토 하이볼을 맛보았다. 40대 이상의 ‘주당’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젊음이 느껴지는 새로운 술과 안주는 잃어버렸던 술맛을 되살려줄 것이다.

‘대담히’는 단순한 이자카야를 넘어, 맛과 분위기를 모두 만족시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대구에서 맛있는 이자카야를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대담히’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대담히’에서의 행복했던 저녁 식사를 마무리했다. 대구 맛집 탐방은 언제나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