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어디로 모시고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부터 눈여겨봐왔던 신용산의 한 한옥식당이 떠올랐다. 낡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고풍스러운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담쟁이 덩굴이 벽돌담을 감싸 안은 모습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이 펼쳐졌다. 앙증맞은 조명이 켜진 정원은 마치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한옥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포근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한우 구이부터 불고기 백반, 육회비빔밥, 애호박찌개 등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판 한 켠에는 ‘1인 1메뉴’를 부탁드린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각자 취향에 맞게 메뉴를 골랐다. 나는 육회비빔밥을, 부모님은 불고기 백반을, 여동생은 애호박찌개를 주문했다. 메뉴판을 가득 채운 음식 사진들은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토시살, 안창살 등 고급 한우 구이 메뉴들의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만큼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로 했다.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정갈한 білі блюда에 담긴 밑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싱싱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 짭짤한 깻잎 장아찌, 아삭한 백김치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슴슴하게 무쳐낸 버섯나물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4인 가족이 먹기에는 양이 조금 부족했다. 더 달라고 요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직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리필을 도와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육회비빔밥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긴 육회비빔밥은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육회와 갖가지 채소들이 알록달록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벼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매콤함이 환상적이었다. 육회는 어찌나 부드럽던지, 씹을 새도 없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렸다. 신선한 채소들의 아삭한 식감 또한 훌륭했다.

부모님께서 주문하신 불고기 백반도 푸짐하게 나왔다. 뜨거운 뚝배기에 담긴 불고기는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부모님께서는 불고기를 한 입 드시더니, “너무 달다”라며 고개를 저으셨다. 평소 당뇨를 신경 쓰시는 부모님 입맛에는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간 듯했다. 하지만 나는 맛있게 먹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불고기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여동생이 시킨 애호박찌개는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큼지막하게 썰린 애호박이 면처럼 길게 들어가 있어, 마치 칼국수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국물은 된장찌개처럼 구수하면서도 칼칼했다. 여동생은 “애호박찌개가 생각보다 맛있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불고기 백반에 밥이 나오지 않았다. 직원을 불러 물어보니, 직원의 실수로 밥을 깜빡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불고기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에야 밥이 나왔다. 늦게 나온 밥은 어쩐지 씁쓸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소고기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넷이서 식사를 하니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가격 대비 서비스는 조금 아쉬웠다. 직원들은 친절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수룩한 느낌이었다. 밑반찬 리필도 늦고, 밥도 깜빡하는 등 실수가 잦았다.

“한옥식당”은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훌륭했지만, 음식 맛과 서비스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육회비빔밥은 정말 맛있었지만, 불고기 백반은 너무 달았고, 직원들의 서비스는 숙련되지 못한 느낌이었다.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방문해볼 만하지만, 가격 대비 훌륭한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어른들을 모시고 갈 때는 음식 맛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고기 메뉴를 한번 먹어보고 싶다. 다른 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맛있어 보였다. 그리고 직원들의 서비스가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한옥식당”은 분명 매력적인 공간이다. 도심 속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특히 데이트 코스로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연인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한옥식당”에서의 경험을 되새겨보았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옥식당”에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그땐 좀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