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던 날, 나는 4시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전남 화순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석란’이라는 작은 한정식집이었다. 화순 맛집이라는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그 진가를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길을 나섰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에 다다르자, 정겨운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석란’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작은 간판이 소박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외관은, 내가 상상했던 전라도 한정식집의 모습 그대로였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주변을 샅샅이 훑었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아쉽지만 길가에 차를 대고 석란으로 향했다. 11시 30분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처럼 맛을 찾아 멀리서 온 사람들일까.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한옥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기둥과 기와, 그리고 섬세하게 가꿔진 정원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특히 정원은 봄꽃들이 만개하여 화려한 색감을 뽐내고 있었다. 붉은 동백, 하얀 매화, 노란 산수유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꽃향기를 맡으며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안으로 들어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내부는 외부의 고즈넉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테이블이 놓인 방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옛 가옥의 멋스러움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편리함을 놓치지 않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는 건 덤이었다.
자리에 앉자, 예약 여부를 확인하셨다. 나는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한정식 코스가 눈에 띄었다. 3만 원, 4만 원 코스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나는 가장 기본적인 3만 원 코스를 선택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하나둘씩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육사시미였다. 선홍빛 육사시미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신선한 육사시미는 언제나 옳다. 곁들여 나온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니, 그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다음으로는 삼합이 나왔다. 삭힌 홍어, 돼지고기 수육, 묵은 김치의 조합은 전라도 음식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석란의 삼합은 많이 삭히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톡 쏘는 홍어의 맛과 부드러운 수육, 그리고 아삭한 묵은 김치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찜으로 조리된 생선도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구이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은 밥반찬으로 훌륭했다. 쫀득한 찹쌀밥과 함께 먹으니,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었다. 밥은 약간 뻑뻑한 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음식 맛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전복 요리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신선한 전복은 쫄깃한 식감과 함께 바다의 향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특히 전복 내장은 특유의 쌉쌀한 맛이 일품이었다. 내장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 독특한 풍미에 매료되었다.

1차 식사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니 2차 식사가 시작되었다. 뽕잎을 우려낸 물과 함께 보리굴비, 그리고 다양한 밑반찬들이 다시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뽕잎물은 은은한 향이 좋았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보리굴비는 짭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돋보였다. 녹차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를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특히 석란의 보리굴비는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져 더욱 좋았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있었다. 특히 갓김치는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고, 멸치볶음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밥도둑이었다. 다만, 쓴 맛이 나는 나물이 있었는데,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석란의 한정식은 훌륭했다. 신선한 재료와 정갈한 음식 솜씨는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직원들의 말투가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다. 물론, 친절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다정한 응대가 있었다면 더욱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석란에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다. 음식 맛은 물론, 한옥의 아름다움과 정원의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꼭 방을 예약해서, 좀 더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나는 석란의 정원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따뜻한 햇살 아래, 꽃들은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아, 석란에서의 경험을 되새겼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화순은 나에게 잊지 못할 첫인상을 남겼다. 석란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전라도의 문화와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또 화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석란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 때는 저녁 시간에 방문하여, 석란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
돌아오는 길, 나는 석란에서 느꼈던 여운을 곱씹으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전라도의 숨겨진 보석, 화순.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최고의 전라도 맛집, 석란. 이 아름다운 기억을 가슴에 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총평:
* 맛: 신선한 재료와 정갈한 솜씨로 빚어낸 전라도 한정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육사시미와 보리굴비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 분위기: 고즈넉한 한옥과 아름다운 정원은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가격: 3만 원부터 시작하는 한정식 코스는 가격대가 다소 있지만, 음식의 퀄리티와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격이다.
* 서비스: 직원들의 응대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불친절한 것은 아니다. 좀 더 다정한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 주차: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추천 메뉴:
* 한정식 코스 (3만 원 이상)
* 육사시미
* 보리굴비
* 청국장 & 수제 떡갈비 (점심특선)
재방문 의사:
* 매우 높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