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한길만 걸어온 장인의 손맛, 동대문 역사 깊은 을지 만두에서 느끼는 서울 맛집의 정수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겨울, 왠지 모르게 따뜻한 무언가가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웅장한 건축물을 뒤로하고 좁은 골목길을 걷던 중,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작은 만두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을지 만두’라는 간판이 정겹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에 이끌려 가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넓고 쾌적한 공간은 예상외였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의자들이 편안함을 더했다. 벽 한쪽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만두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했다. 고기만두, 김치만두는 기본이고, 깻잎야채만두, 땡초고추만두, 갈비만두, 새우만두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만두들이 가득했다. 찐빵과 왕만두도 있어 선택의 폭이 넓었다.

깔끔한 실내
밝고 청결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실내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하면 된다. 나는 가장 기본인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주문했다. 가격은 각각 8,000원. 주문을 마치고 셀프바에서 물과 간장, 단무지를 챙겨왔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에 담긴 만두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만두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고기만두는 속이 살짝 비쳐 보이는 반투명한 만두피가 인상적이었다. 젓가락으로 집어 드니 만두피가 찰랑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모짜렐라 치즈처럼 쫀득하게 늘어나는 듯한 탄력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탱글탱글한 만두피
반투명한 만두피가 쫀득함을 예고한다.

드디어 고기만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얇고 쫄깃한 만두피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만두소는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양파와 양배추에서 우러나온 은은한 단맛이 감칠맛을 더했다. 당면은 최소한으로만 들어가 있어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흔한 분식집 만두와는 차원이 다른, 정통 만두 전문점의 깊은 맛이었다. 먹고 나니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풍미는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겼다.

김치만두도 맛보았다. 겉은 붉은 빛깔로 식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고기만두보다는 조금 아쉬웠다. 김치의 시원한 맛보다는 양념 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끝맛에 살짝 찌르는 듯한 매운맛이 남았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아니었다. 깔끔하면서도 개운한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김치만두 마니아인 나에게는 코씨리만두가 여전히 최고의 김치만두로 남아있다.

윤기가 흐르는 만두
갓 쪄낸 만두의 윤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만두를 먹으면서 가게 안을 둘러보니, 나이 지긋하신 두 분이 오픈 주방에서 끊임없이 만두를 빚고 계셨다. 그 모습에서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만두만을 만들어온 분들의 고집과 정성이 만두 맛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마치 숨겨진 은둔 고수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혼자 온 손님들이 묵묵히 만두를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고독한 미식가들처럼, 각자 1인 1만두 또는 2만두를 시켜 먹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셀프바를 이용해 능숙하게 만두를 먹는 모습에서 이곳이 이미 국제적인 맛집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에 방문하면 감자피만두와 깻잎야채만두를 꼭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향긋한 깻잎 향이 가득할 것 같은 깻잎야채만두는 향채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놓칠 수 없는 메뉴였다. 땡초고추만두, 갈비만두, 새우만두 등 다른 종류의 만두들도 궁금했다. 만두 메뉴만 판매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만두 전문점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흔한 만둣국 메뉴 하나 없이, 오로지 만두로만 승부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을지 만두 간판
을지 만두의 빛나는 간판

을지 만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밤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매장 내부는 테이블 서비스가 많지 않고 공간이 조금 좁을 수 있지만, 음식 맛은 훌륭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주문은 셀프 키오스크에서 하면 되고, 음식은 자리로 가져다 준다.

최근에는 팥만두, 즉 찐빵이 새롭게 인기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팥소만두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달콤한 팥앙금으로 가득 차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다. 특히 팥앙금이 과하게 달지 않아 팥 본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식사 대용으로도 좋고, 간식이나 디저트로도 훌륭하다.

만두 만드는 모습
만두를 만드는 장인의 손길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메뉴가 만두 ONLY라는 것이다. 혼자서 두 판 정도는 먹어야 배가 찰 것 같다. 만둣국이나 다른 사이드 메뉴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관광지라서 그런지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젓가락을 하나만 넣어주는 점도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덮을 만큼 만두 맛은 훌륭했다. 얇고 쫄깃한 만두피와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만두소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고기만두는 돼지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팥만두도 겉은 쫄깃하고 속은 달콤한 팥앙금으로 가득 차 있어 맛있었다.

을지 만두는 한마디로 ‘만두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동대문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특히 추운 날씨에 따뜻한 만두 한 접시를 먹으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깻잎야채만두와 팥만두를 꼭 먹어봐야겠다.

셀프바
깔끔하게 정돈된 셀프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성곽길을 걸어야 했기에 맥주 한 잔 곁들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번 방문에는 꼭 맥주와 함께 만두를 즐겨야겠다. 동대문에서 만두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을지 만두를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이 곳은 진정한 서울 맛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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