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청주에 내려올 일이 생겼다. 고향 방문은 언제나 설레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학창 시절 나의 허기를 달래주었던 서원대 앞 ‘항아리 칼수제비’를 다시 찾는 것.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맛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변함없는 인기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칼국수, 수제비, 칼제비… 가격도 예전처럼 착하다. 우리는 칼제비 두 그릇을 주문했다.

가게 내부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 벽에는 낙서 대신 메뉴 사진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대화 소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 멸치 육수 냄새… 모든 것이 어우러져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옆에는 큼지막한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먹음직스러운 익은 김치가 가득 담겨 있다.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김치를 접시에 덜어 맛을 봤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할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칼제비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에 김가루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있고, 면발과 수제비가 푸짐하게 담겨 있다. 코를 찌르는 멸치 육수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젓가락으로 면발을 들어 올렸다. 역시, 손으로 직접 밀어서 만든 면이라 그런지 쫄깃함이 남다르다. 후루룩, 면치기를 시작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멸치 육수의 깊은 풍미… 아, 이 맛이다! 내가 10년 넘게 잊지 못했던 바로 그 맛!

수제비도 맛을 봤다. 얇고 넓적한 모양,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훌륭하다. 칼국수 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국물 맛도 끝내준다.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들깨가루와 고추가루가 더해져 깊고 칼칼한 맛을 낸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해서 계속 들이키게 된다.
함께 나온 겉절이도 칼제비와 잘 어울린다. 아삭아삭한 식감,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운다. 칼제비 한 입, 겉절이 한 입…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인다.

정신없이 칼제비를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밥을 추가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밥 한 공기가 공짜라고 한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후한 서비스 덕분에, 학생들은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나도 밥 한 공기를 추가해서 국물에 말아 먹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
어느덧 칼제비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배가 부르니,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가게 안은 여전히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은 서원대 학생들인 듯하다. 앳된 얼굴로 칼국수를 먹는 학생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이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잘 먹었다는 인사를 건네자,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그 모습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항아리 칼수제비…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다. 나에게는 추억과 향수가 깃든 특별한 공간이다. 힘든 학창 시절,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곳.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맛있는 칼국수를 먹었던 곳. 그런 소중한 기억들이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청주를 떠나기 전, 나는 다시 한번 항아리 칼수제비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칼국수 곱빼기를 시켜 밥까지 말아 먹어야겠다.

항아리 칼수제비는 서원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청주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맛집이다. 저렴한 가격,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 덕분이다. 청주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